<월요논단>교육개혁의 본질...

성기수(세계사이버기원 대표)

교육부 장관이 새로 취임할 때마다 국민은 큰 기대를 가져보지만, 교육의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새 장관은 좀더 완벽한 대학입시제도를 약속하고 교육관련 부조리를 더 엄하게 다스리겠다고 장담하지만, 지나고 보면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자주 바뀌는 대입제도 때문에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 모 과학고등학교의 한 우등생은 국내 일류대학 진학의 길이 막혀 있었는데, 미국의 명문 MIT공과대학에서 장학생으로 입학시켜주는 일이 일어났다. 그밖에 많은 학생들이 조기유학의 길로 떠나고 있다.

완벽한 입시제도를 찾아 50년간을 헤매고 있는 교육부 장관들을 생각하면 정말 딱하다. 정부통제하의 완벽한 대입제도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기본 가정을 전제로, 그 만병통치약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러한 만병통치약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왜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교육입국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된 미국의 교육제도를 보면 그 해답은 간단하다. 통제가 아니라 자유경쟁이 정답이다. 즉 대학을 정부가 통제해야 된다는 생각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이 최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학교육은 큰 기여를 했지만 교육부라는 정부조직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1869년에 취임한 엘리엇 총장은 반세기 가까이 연임하여, 하버드대학교를 세계적 명문으로 소신껏 키울 수 있었는데, 교육의 자유 없이 과연 이것이 가능했을까. 카터 대통령때 비로소 교육부 장관이라는 자리가 만들어졌지만, 이것은 통제 목적의 방대한 관료조직이 아니라 대통령을 돕기 위한 연구와 자문의 성격이다.

교육에 대한 한국정부의 통제는 일본치하 식민통치시대 억압정책의 잔재를 그대로 이어받았고, 군사정권에서는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편리하게 사용되었다. 민주화가 달성된 지금의 21세기 초 한국의 교육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개혁할 것인지를 한번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에 대한 정부의 통제·간섭·승인·인가 등을 철폐했을 때 일어날 일들을 시뮬레이션해 보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통제를 푼다는 것은 우선 대학입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없어지고,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의 학생선발권도 각 학교에 돌려준다는 것을 뜻한다. 학교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풀리면, 지금 상태보다 더 나빠지는 곳도 있겠지만, 그러한 곳에 학생들이 모여들지 의문이고, 학군제에 의한 강제배분을 하지 않는 한, 그러한 학교들은 조만간 도태될 것이다.

지금의 교육법은 학교들의 퇴출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데 신설·퇴출 모두가 더욱 쉬워지도록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 교육의 하향평준화가 아닌 자유경쟁을 통한 무한한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학생선발, 교수진 확보, 자유화된 등록금, 기부금 등을 통한 학교재정 확보, 그리고 정원통제가 없는 학과 신설, 통폐합 등 학사행정의 기동성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여, 설립자의 뜻에 맞는 명문학교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된다.

지금까지 정부책임하의 대입 수학능력시험이나 고입 연합고사, 중고등학교의 학생 강제배분 등은 없어질 것이고, 대신에 SAT·GRE·TOEFL에 해당되는 민간평가 회사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한 평가점수들의 사용여부, 사용방법을 포함해 기부금 입학 여부까지, 학생선발은 각 학교들이 단독 혹은 지역연합으로 자발적으로 자기 책임으로 수행할 것이므로 학교선택·선발은 학생·학부형·학교의 문제이지 정부가 관여하거나 비난받는 일은 없게 된다.

국공립학교들은 지방정부에 이양하거나 지방정부에 이양되지 않는 학교는 재단법인을 만들어 스스로 자립하거나 자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된다. 현행의 입시지옥, 5조원 규모라는 교육의 암시장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그만한 자금이 정상적인 학교로 등록금·기부금 형태로 흡수될 것은 자명하다. 교육 백년지계를 위해 교육관련 법률들을 근본부터 뜯어고칠 것을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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