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송이 디지털 TV, 디스플레이, 방송장비, 방송 콘텐츠 등 디지털방송 관련 신산업을 창출하면서 21세기 정보혁명의 총아가 될 것이라는데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방송장비, 방송 콘텐츠, 정보가전 등 디지털 방송이 가져올 신시장은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방적으로 정보를 수용해 왔던 시청자가 TV 방송에 참여함으로써 시민 참여가 다양화·활성화돼 전자민주주의를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되며 PC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도 TV를 통해 쉽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가정정보화를 촉진, 국가정보화를 더욱 앞당길 전망이다.
이처럼 디지털 방송이 국가 산업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디지털 방송과 디지털TV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21세기를 이끌어갈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같은 노력의 결실로 98년에 세계 처음으로 디지털 TV를 방영했으며 일본·독일·프랑스 등은 올해 안에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기 위해 디지털시대 개막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디지털 방송과 디지털 TV 개발을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산업자원부가 주관하고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가 지원한 가운데 가전업체들과 공동으로 추진해온 HDTV 개발사업과 정통부와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디지털 TV 방송장비 및 제작기술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한마디로 디지털 방송은 정부와 산업계, 학계 등이 한 덩어리가 돼 이뤄낸 국가적인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국내 가전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자체 개발한 HDTV 수상기를 미국과 영국에 수출하는 등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방송장비 분야는 미국·일본 등에 비해 기술개발이 계속 필요하지만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아날로그 TV보다 훨씬 개선된 상태다.
산자부는 HDTV개발을 위해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 95년 12월부터 99년 말까지 4년간 920억원을 투입해 LG·대우·삼성·현대전자 등 전자 4사와 함께 HDTV용 주문형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이 사업은 이미 97년 7월에 미국 GA규격에 만족하는 디지털 HDTV 수상기용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미국현지 필드 테스트에 성공했으며 98년 8월에는 LSI등 핵심칩을 개발해 1개의 보드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또 순수 국내독자기술로 디지털 HDTV 수상기용 칩세트 개발에 성공해 세계시장진출은 물론 국내 디지털 방송을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산자부는 10일 그동안 개발한 HDTV 성과발표회를 갖고 4년 간의 개발작업을 마무리 했다.
이번에 개발완료된 HDTV 기술은 지난 98년 2∼3개 칩으로 개발된 1세대 칩세트를 바탕으로 각 기능을 원칩으로 개발한 2세대 칩세트를 적용한 수신시스템(System On Chip)이다.
산자부는 이번 성과에 따라 참여기업들이 HDTV분야의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면서 디지털TV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돼 2003년 전세계 시장의 20%인 150억달러의 HDTV수출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발사업의 성공에 따라 지난 90년부터 95년까지 5년간 1단계 개발사업기간에 지원한 318억원의 자금을 전액 기술료로 환수해 중소기업 및 관련부품의 공동개발자금으로 재투자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HDTV 개발과 함께 지난 97년부터 디지털 방송과 TV를 기반으로 한 정보가전시대를 열어갈 iPCTV 사업을 중기거점과제로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정부와 KBS 및 가전3사는 정부 104억원, 민간 160억원 등 총 264억원을 투자했다.
iPCTV는 디지털 방송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한 새로운 영상매체로 시청자와 방송사간에 상호 정보교환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산자부가 HDTV와 iPCTV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방송 산업을 육성해 왔다면 정통부는 방송과 통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TV 방송시스템과 연관기술의 개발을 맡아 왔다.
정통부는 그동안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KBS 기술연구소와 함께 디지털TV 송신기에 적용 가능한 SDTV급 영상부호화 칩, 위성방송 및 지상파 디지털 TV용 HDTV 인코더, 디지털 변조 및 전송방식 기초연구, VSB 변조기와 주파수 변환기 및 고출력 증폭기, 지상파 디지털 TV 수신시험장치(세트톱 박스) 등을 개발해 왔다.
정통부는 기술개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대화형방송기술, 방송 콘텐츠 제작·편집기술 등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 170억원을 포함해 앞으로 5년간 800여억원의 정보화촉진기금을 집중 투자키로 했다.
디지털 방송 기술 개발을 위해 정보화촉진기금이 별도로 정해져 지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통부는 효과적인 디지털 방송기술 개발을 위해 산학연 등 관련기관이 공동으로 디지털방송기술을 연구·개발·보완·검증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디지털방송 기술센터(DTTC)를 설립, 국내 디지털방송 시스템제품의 상호 운용과 방송사와 산학연간의 기술정보 교류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데이터방송 시험시설 구축, 대화형 다채널 위성방송 시스템 등 디지털방송에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뿐 아니라 방송용 디지털 HDTV 카메라, 객체기반 편집기술 등 방송 콘텐츠 제작기술개발도 지원할 방침이다.
차세대 핵심기술인 MPEG4/7기술을 비롯, 차세대 영상매체로 각광받을 3차원 입체방송기술(3DTV)도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디지털 방송 추진 계획
오는 9월 3일 방송 3사의 시험방송이 시작되는 지상파 디지털 TV 방송은 2001년 본 방송이 시작되고 2005년까지 군단위로 확대된 다음 2010년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이와함께 2002년에는 케이블TV와 데이터방송도 디지털화하고 2003년부터는 라디오방송까지 디지털화하는 등 모든 방송환경이 디지털로 바뀌게 된다.
방송관련 정책은 그동안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에서 맡아왔으나 올해 초 방송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전체적인 방송정책을 방송위원회가 수행하고 나머지 특성이 있는 분야는 정통부와 문화부가 계속 수행하게 됐다.
방송위원회는 방송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정통부는 방송 채널과 전파, 기술기준, 방송사업자 허가 등의 업무를 맡았다.
문화부는 방송기술 및 시설분야를 제외한 방송산업과 광고산업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고 방송 및 광고 제작활동의 지원, 관련단체의 지원과 방송 및 광고산업 진흥을 위한 조사·연구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그동안 디지털 방송의 전체 일정을 조정해온 정통부는 지난 6월 말 차관 주재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방송 실시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2001년부터 본방송이 이뤄지는 디지털 지상파TV는 조기 정착을 위해 방송 초기부터 고선명(HD)TV를 지향키로 했다.
디지털 지상파TV의 세부 도입방안과 관련, 지상파방송은 수백 개 채널의 위성, 케이블방송과 차별화해 HDTV를 지향키로 확정했으며 다만 초기에는 HDTV의 투자부담을 고려해 SDTV를 병행토록 했다.
특히 디지털 지상파TV의 조기 정착을 위해 2001년 본방송부터 HDTV 의무방영비율을 마련,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TV 방송 개시 1년차에는 일, 공휴일 3시간 포함 주당 10시간을, 2년차에는 일·공휴일 6시간을 포함한 주당 20시간을 HDTV 프로그램으로 의무 방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디지털TV 채널배치도 기존 지상파방송사의 경우 디지털 전환을 전제로 아날로그 채널당 6㎒를 무료 할당키로 했으며 채널배정은 채널 14번 이상 UHF 채널로 할당키로 했다.
디지털TV 본방송이 시작되면 전국 주요지역(서울, 수도권, 대전, 광주, 대구, 부산)에 대한 각 방송사의 대표채널을 14번에서 18번으로 정했으며 디지털 전환기간 중 채널 61번에서 69번을 이용키로 했다.
또 아날로그TV 중단시에는 기존 채널을 회수하고 새로운 허가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9월의 시험방송을 계기로 방송사, 가전업체 공동으로 디지털TV 시연, 홍보 프로그램 방영 등 국민 대상의 실질적인 홍보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방송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정통부와 방송위는 각기 「디지털방송산업 종합발전계획」과 「디지털 방송 정책안」을 올해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디지털방송산업 종합발전계획에는 △매체별 디지털화 세부추진계획 △법·제도 개선방안 △방송기술과 시설 고도화 방향 △관련 신산업 창출 및 수출 활성화 촉진방안 △인프라 확충방향 등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지난해 4월부터 방송사, 제조업체, 학계, 연구소들과 함께 △허가제도 개선반 △실험방송반 △채널배치반 △수출촉진 지원반 등 4개 전담반을 구성해 법·제도 개선, 연구개발, 기술적 검증·보완 등 2001년 본 방송에 대비한 모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또 분야별 표준방식을 올해 안에 매듭짓기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 4월 디지털유선방송 추진전담반 등 분야별 추진전담반을 구성해 주파수 배치, 재원조달 방안 등 디지털방송 도입에 따른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함께 방송사와 산학연 등이 참여하는 「차세대 디지털방송 포럼」을 구성, 미국·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이터방송, 대화형방송 등 차세대 디지털방송 국제표준화 활동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최근 방송위원회는 정부부처 책임자와 방송3사, 가전3사, 학계 대표 등 12명으로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를 결성, 추진위가 앞으로 디지털방송 관련 일정을 조율하고 매주 1회씩 회의를 열어 현안들을 논의,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방송위는 이 회의를 통해 2001년 본방송 실시 이후 세부 일정과 재원조달 방안, SDTV와 HDTV 선택문제,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 대책과 편성방안, 대 국민 홍보정책 등 모든 분야를 총체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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