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표준, 대주주지분율 등 사업자 시각의 IMT컨소시엄 박차 - 정부 대응 주목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컨소시엄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업자들이 기술 표준은 물론 대주주 지분율, 장비업계와의 협의 등 핵심 쟁점사안에 대해 자사 중심의 밀어붙이기로 급가속 페달을 밟고 있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국통신, SK텔레콤, LG그룹 등은 사업권 획득을 기정사실화한 채 최대한 자사에 유리한 조건의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어 대형 장비업체들은 물론 일부 중소벤처기업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8.9 개각을 통해 재신임된 안병엽 정통부장관을 비롯한 현 정책진이 이같은 사업자 시각의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제동 내지는 방향 선회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어 핵심쟁점을 둘러 싼 정부와 사업자들의 줄다리기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자 시각 = 한국통신, LG그룹, SK텔레콤은 최근 컨소시엄 참여 업체를 모집하면서 약속이나 한듯 핵심 쟁점사안에 대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3사는 △기술표준은 비동기 △대주주 지분율은 최소한 50% 이상 △대형 장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는 소극적이라는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 사업자들은 또 초기 자본금은 3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하고 연내, 혹은 내년초 추가 증자를 통해 약 1조2000억∼1조5000억원에 이르는 투자비를 조달할 계획이다.

사업자들은 기술 표준과 관련, 정부가 제시한 장비업계와의 협의는 아직까지 본격화하지 않은 채 비동기를 전제로 한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했다.

◇왜 이러나 = 사업자들로서는 일단 시장원리에 입각한 기술 표준을 채택해야 하고 「이익을 내기 위한 방법은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비동기를 굳히고 있다. 특히 일찌감치 비동기 컨소시엄을 선언한 LG그룹과는 달리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정부 주변에서 흘러 나오는 동기 유도설을 차단하고 대정부 압박용 차원에서도 비동기 컨소시엄 구성을 강조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비동기를 전제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NTT도코모와의 지분 매각 협상이 완료돼야 파워콤 인수, IMT2000 초기 투자비, 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배경이 되고 있다.

한국통신은 자칫 정부가 대주주인 자사만이 동기 방식으로 몰려갈 우려가 있고 이 경우 가뜩이나 버거운 IMT2000시장 경쟁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일종의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 비동기에 집착하는 이유다.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대주주 지분율 역시 이들 3사는 모두 50% 이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실제로 컨소시엄 구성시 이를 관철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시장 구도가 IMT2000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내년 이후 또 다른 사업자간 인수합병은 필연이라고 판단, 이를 위해서도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야 시장 구조조정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4개 사업자가 3장의 티켓을 겨루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IMT2000컨소시엄은 이미 탈락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벤처 및 정부의 시각 = 일부 장비 및 벤처업체들은 사업자들의 일방통행식 컨소시엄 구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벤처업체들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질 경우 자신들의 참여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뿐 아니라 정부의 컨소시엄 유도 방침과도 어긋나는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복수표준 채택 원칙을 확고히 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흐름이다. 섣불리 개입하면 대국민 약속을 뒤집는다는 역풍에 휩싸일 것이고 그대로 두자니 속이 탄다. 이 문제는 사업권신청 직전까지 정부의 최대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정책의지를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은 대주주 지분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각이 끝났고 컨소시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불가피,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의 의견이 개진될 것으로 보인다. 「포석」을 마무리한 사업자들은 정부의 다음 「수순」에 숨죽이고 있다.<이택기자 조시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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