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온라인 불법복제, 미 영화계도 몸살

【본사특약=iBiztoday.com】 요즘 할리우드 영화제작업계가 최악의 공포 시나리오에 시달리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대중화로 온라인을 통한 대용량 파일의 송수신이 손쉬워지면서 이를 통해 개봉 영화들을 공짜로 즐기는 네티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LA에서 컴퓨터 전문지인 레드헤링지가 주관한 「헤링 온 헐리우드(Herring on Hollywood)」 콘퍼런스의 주요 화제는 단연 영화 및 음악의 무단복제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적판 영화의 지하시장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약 15만편의 영화가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유포됐고 올해에는 35만편, 내년 말에는 하루 100만편의 영화가 온라인을 통해 뿌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존 맥클렌버그 레드헤링지의 이벤트 담당 편집자는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충돌 직전에 있다』며 『냅스터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소송과, 아메리카온라인(aol.com)과 타임워너와 같은 최근의 합병들은 인터넷이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구도를 얼마나 빠르게 바꿔놓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적인 복제영화 유포의 대부분은 회원만이 접근할 수 있는 개인 서버망인 「파일전송 통신규약(FTP:File Transfer Protocol)」과, 전문 프로그래머들과 컴퓨터 해커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컴퓨터 키보드를 이용한 실시간 대화의 기반이 되는 통신규약인 「인터넷 중계채팅(IRC :Internet Relay Chat)」을 통해 이뤄진다.

영화복제는 영화계 주변을 떠도는 비디오테이프를 파일로 만들거나 무비카메라를 영화관의 영사기 옆에 두고 촬영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가정용 VCR를 통해 영화파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영화의 복제방지 장치를 푸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제작업체들은 우선 지하 컴퓨터 해커들이 첫 손으로 꼽는 웹매거진 「2600(http://www.2600.org)」의 에릭 콜레이 발행인을 제소했다. 영화제작업체들은 콜레이 발행인이 DVD의 내용을 복사, 인터넷을 통해 전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콜레이 발행인은 이른바 「DeCSS(Decode Content Scrambling System)」라고 불리는 복제방지시스템 해제 프로그램의 존재를 기사화하고 이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복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주요 소스코드를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주 법원이 음악파일 교환서비스인 냅스터에 대해 폐쇄조치를 내렸지만 MP3파일을 교환함으로써 무료로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팬들이 바로 그누텔라와 같은 다른 파일공유서비스로 옮겨갔다.

따라서 무단복제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존 전통적인 미디어 회사들이 더 좋은 품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을 쏟는 길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보스턴의 디지털사업 개발업체 바이언트(viant.com)의 랜스 트레베시 임원은 『수년 전 케이블TV업계가 현재의 영화업계처럼 무단복제 전쟁을 벌였다』며 『누구나 해적 케이블방송을 보았지만 케이블방송서비스의 요금이 떨어지고 품질이 개선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저절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스티브전기자 steveju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