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계 중국병 깊어진다

「인구 14억, 인터넷 이용인구 올해 2000만명에 내년 4000만명, 이동전화 가입자 2002년 약 1억명 등등…」

황금알을 품은 거위에 비유되는 중국이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아 장비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공략에 나선 국내 초고속 인터넷장비 및 이동통신 장비업체들이 중국의 열악한 산업환경 및 폐쇄적 자국시장 보호정책에 속만 끓일 뿐 아직 황금알을 손에 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 장비업체인 A사와 인터넷TV 세트톱박스업체인 B사는 중국 국영기업체인 S사에 30만대, 1000억원 상당의 인터넷 관련 장비공급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실제 기술지원 및 장비공급에 관한 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 S사는 현금운용능력이 부족해 신용장(LC) 개설에 실패, A·B사를 당황케 만들었다. 이미 일부 물량에 대한 현지생산을 시작한 A·B사는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도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다.

A사의 한 관계자는 『돈을 손에 쥐기까지는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는 게 중국시장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고가형 무선호출기의 중국수출을 추진해온 H사도 두 손을 들었다. 중국의 한 무선호출사업자와 수출 관련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으나 해당업체가 1년이 넘게 선적 및 수출대금에 대한 확약을 주지 않아 아예 수출을 포기했다.

중견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도 내수침체의 대안으로 중국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6개월 가까이 MOU조차 교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국유회사 개혁작업의 고삐를 바짝 틀어쥐고 있다. 지난해 1843개 국영기업이 파산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이미 1093건의 국영기업 합병 및 파산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현실에서 『중국 접근이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시장수요에 대한 기대치도 너무 높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보다 신중한 사업추진과 여유있는 계약체결을 시도하는 「중국 대응을 위한 한국형 만만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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