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제일제당이 이의 한 모듈인 인사관리시스템(HR) 모듈을 경쟁사인 SAP제품으로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ERP와 HR를 도입하는 기업은 업무특성상 대부분 같은 회사의 제품을 도입하는 게 일반적으로 제일제당처럼 ERP과 HR를 각기 다른 회사의 제품을 도입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제일제당은 e비즈니스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ERP를 e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구축하기로 하고 지난 6월 오라클과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이를 계기로 우선 기업내 기간시스템으로 재무와 회계·물류·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2002년까지 전략적기업관리(SEM), 고객관계관리(CRM) 등으로 그 영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계획을 추진하면서 제일제당은 인력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ERP의 한 모듈인 HR을 오라클의 경쟁업체인 SAP의 제품을 도입하기로 하고 조만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인사관리시스템을 운영해왔지만 능력별 인사고과를 통해 개인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제일제당이 오라클의 ERP를 구축하면 충분히 수행가능한 인사관리 업무를 굳이 별도의 SAP의 HR 모듈을 도입해 처리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SAP의 HR 모듈이 이미 20개이상의 깔려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게 제일제당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제일제당이 SAP의 HR모듈을 도입해 오라클의 ERP와 연동해 운영한다면 향후 SW판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이기종 시스템간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 HR를 도입하는 기업이나 ERP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각 모듈을 따로 도입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최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HR 수요가 많았던만큼 이번 제일제당 사례를 계기로 이들 업체의 ERP와 HR 별도구매 경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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