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냅스터와 미 음반협회가 디지털 저작권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은 단순한 이권 다툼이라기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문화적 진통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아날로그 음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음반협회, 그 반대편에는 디지털 음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냅스터가 자리잡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냅스터의 뒤에는 평균 연령 12세의 아이들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세대의 연령은 이처럼 낮다.
지난 주 미 법원이 웹사이트 폐쇄 판결을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들고일어난 것은 변호사도, 냅스터의 직원도, 호들갑스러운 언론도 아니었다. 바로 12세의 아이들이었다. 냅스터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이 아이들은 판결이 난 지 채 한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냅스터 게시판을 온통 읍소와 비난으로 채워놓았다.
온갖 욕설에서부터 법원의 판결을 비웃는 냉소, 그것도 모자라 아날로그 세대를 겨냥한 비판까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다운 받은 음악파일들은 괜찮고, 이제부터는 안 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는 날카로운 지적은 마치 며칠 뒤 법원이 판결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는 약점을 예고하는 것 같다.
이 아이들에게 「냅스터는 저작권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디지털 세대는 사고방식부터가 다르다. 오디오의 전원을 켜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는 세대가 아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0과 1로 이루어진 비트가 음악이며, 그 비트를 무한대로 뿌려주는 냅스터란 존재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 그 이상이다.
오늘날 우리가 음반 가게에 들러 예쁘게 포장된 CD를 구입하고 연인이나 친구에게 선물하는 것이 앞으로도 애틋한 추억거리로 남아있을까.
아이들은 원하는 음악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다운로드받은 후, PC나 MP3 플레이어로 듣는 것에 더 익숙해 있다.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한다면, e메일로 보내버리면 그만이다. 포장도 있다. 인터넷에는 e메일을 예쁘게 꾸며 보내주는 무료 서비스로 넘쳐난다.
저작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제멋대로 창작물을 복제하는 행위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저작권도 디지털 시대에 맞도록 고쳐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아날로그의 잣대를 어설프게 가져다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주체도 아날로그 세대가 아니라 디지털 세대, 즉 우리들의 아이들이 해야 할 몫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우리 기성세대에게는 이 시대적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작은 임무가 주어졌을 뿐 디지털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다. 디지털 문명의 미래는 10대 어린아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
국제 많이 본 뉴스
-
1
공구 들고 우주에서 뚝딱뚝딱… 인간 대신 열일하는 '우주 노동 로봇'
-
2
점프·공중제비까지… 콘서트서 칼군무 선보인 '로봇 댄서'
-
3
부자아빠 “비트코인 다음은 '은'…내년 최대 10배 폭등, 은값 달로 간다”
-
4
임신 중절 권유에도… '무뇌증 아기' 출산한 美 부부, 장기 기증으로 새 생명 살려
-
5
트럼프 '황금 함대' 선언…美 해군 신형 함정, 한국 한화와 만든다
-
6
“金·銀 가격 급등은 예고편… 구리 1만2천달러 돌파, 산업금속 '슈퍼 랠리' 폭주”
-
7
관객 캐리커처 그려주고 복화술로 대화·농담하는 마리오네트 인형 화가
-
8
오사카 도톤보리강에 나타난 '거대 물고기 떼'”...日 대지진 전조?
-
9
AI·반도체 다시 들썩...연말 앞두고 뉴욕증시 '산타랠리'
-
10
中 1000만 도시 6시간 '위성 먹통'…내비·배달·드론까지 멈췄다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