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들어 외국 전용회선서비스 사업자의 국내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한국지사를 오픈한 미국의 레벨3 외에도 글로벌크로싱 등 2, 3개 미국 통신회사가 한국지사 설립을 검토중이다. 얼마 전 홍콩텔레컴을 인수한 인터넷업체인 PCCW가 텔스트라와 조인트 벤처기업을 설립, 한국진출을 가시화하는 등 한국 시장의 잠재력이 국제 무대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이들 기업뿐만 아니라 기존에 진출해 있는 사업자들도 기간통신시장 개방과 내년 별정통신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조직개편, 인력충원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음성통신은 물론 국제적인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한국 IDC 시장 진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는 상태다.
전용선보다 값이 저렴하고 확장성이 큰 프레임릴레이, IP기반 VPN 기술 등이 대두되면서 통신서비스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올 하반기 시장의 주요 변화다.
이콴트코리아(대표 정왕진)의 주요 사업영역은 프레임릴레이, 네트워크 서비스, 네트워크 관리, 웹호스팅이다. 지난 4월 제이씨현시스템과 제휴를 체결해 IP와 프레임릴레이상의 음성·데이터 통합서비스 등 별정통신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주요 국내 고객은 삼성, 현대, 한진, 대우 등으로 프레임릴레이, 원격 근거리통신망(LAN) 접속 , 사내 인터넷 접속 서비스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콴트는 최근 사설망을 이용한 VoIP 서비스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서비스에 들어갔다.
AT&T네트워크서비스(대표 김석찬)는 99년 9월 자본금 32억원으로 국내 지사를 설립, 현재 연간 1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업무는 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 대행과 데이터 통신 서비스, 인터넷 접속 서비스, 원격 LAN 접속이다.
BT코리아(대표 김대규)는 전용회선, 통신컨설트, 영상회의시스템, 네트워크 아웃소싱 등을 제공한다. 주요 고객은 월트디즈니와 같은 국내 다국적 기업과 삼성전자, 대우, 국내 업체 20여개다.
한국에 진출한 해외 통신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하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자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와 제휴, 해외 업체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의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것이다.
통신서비스 업종 자체가 시장을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사업자간 활발한 제휴와 M&A를 통해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일부 제휴업체들 사이에서는 외국계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국내 진출에 대해 「글로벌 네트워크 접근 비용절감」 차원에서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글로벌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거대 통신사업자의 국내 시장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내 기간통신사업자 및 ISP사업자들은 이들의 진출에 대해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국내 네트워크 서비스 분야는 외국 거대 통신사업자와 경쟁을 벌일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며 통신시장 개방이 시기 상조임을 주장한다.
외국계 통신사업자들의 한국시장 접근방식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의 한국 지사는 10년 이상 영업을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다. 본사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외부 노출을 억제하는 대다수 외국계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경영 마인드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외국계 통신서비스업체의 영업방침은 상당히 「음모적」이거나 「폐쇄적」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수익은 올리지만 외부의 노출을 피해 불필요한 구설수에 오르지 않겠다」는 외국계 사업자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 개방이 가시화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도래하면 외국계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이 같은 사업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기는 눈치다. 특히 국제화, 개방화 추세라며 국내 시장 개방은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회사를 드러내지 않는데 대한 업계의 불만도 높은 편이다.
국내 전용회선사업자의 한 관계자는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게 진리』라며 이들의 폐쇄적인 마케팅 전략을 꼬집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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