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품.소재산업 르네상스를 위하여>5회-인터뷰;시스하이텍김종국사장

『원천기술이 없는 부품업체는 아무리 많은 매출을 올려도 항상 모래성처럼 위험할 수밖에 없다.』

시스하이텍의 김종국 사장(42)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전압방전장치(HVPS)와 관련된 원천기술을 개발해 OA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복사기나 레이저프린터 등 사무용기기의 핵심부품인 HVPS는 그동안 일본에 99% 이상 의존해온 품목. 종업원이 7명에 불과한 중소업체인 시스하이텍이 처음 고전압 방전기술을 국산화했을 때 국내 OA업체들은 좀처럼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한 기술개발에 전념한 결과 최근에는 일본 미쓰비시와 프린터부품을 공동개발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평소 원천기술의 부족이야말로 중소 부품업체의 아킬레스건임을 몸소 체험해온 김 사장은 『우리나라 부품업체들은 대부분 국내 대기업의 사원회사에 불과하다』면서 『아무리 생산물량이 많아도 대기업 구매담당자가 공급라인을 바꾸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김 사장은 『처음부터 하청받은 규격대로 생산만 하다보면 당장 회사운영에 도움은 되지만 장기적으로 회사의 존립기반을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일침을 놓는다.

회사매출은 커져도 독자적으로 시장을 제어할 능력이 없는 「무뇌」기업이 된다는 말이다.

원천기술을 갖추지 못한 국내 부품업체들은 안에서는 대기업을, 밖으로는 외국 특히 일본 시장의 트렌드만을 쳐다보기 때문에 만년 하청업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김 사장은 아무리 경영환경이 어렵더라도 부품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일부분이라도 제대로 습득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야말로 중소 부품업체 운영자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제품설계부터 제작, 판매능력까지 두루 갖추려면 한두가지 아이템만 해도 벅차다」면서 『돈된다 싶으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만드는 기업운영방식부터 바꿔야 중소기업이 원천기술을 확보하면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또한 김 사장은 정부의 부품·소재 개발 지원정책이 단순한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제품개발 이후 마케팅 차원까지 고려한 토털서비스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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