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 대용량 메모리 증산 배경과 전망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대용량 D램의 증산에 적극 나선 것은 컴퓨터의 대용량 메모리 채택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회사는 애초 D램 수요가 64MD램에서 128MD램으로 넘어가는 시점이 내년 중반기쯤으로 잡아놓았으나 최근 IBM·컴팩·HP 등 대형 PC업체들로부터 128M 이상 D램에 대한 주문이 늘어나면서 증산 시기를 1년 정도 앞당긴 것이다.

세계 D램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두 회사가 이처럼 대용량 D램의 증산에 나서고 있어 대용량 D램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이 반도체업체의 생산량을 집계할 때 64MD램으로 환산하는 방식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듯하다.

◇증산의 배경=삼성·현대가 대용량 D램 생산을 확대하는 것은 단지 수요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경쟁사인 일본과 대만의 D램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두 회사 관계자들도 이러한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속속 D램사업을 접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128M 이상의 대용량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의 경우 지난해 D램 사업구조를 128MD램 위주로 재편했으며 올 들어서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NEC도 역시 64MD램 생산기지를 스코틀랜드, 중국 등지의 해외 공장으로 옮기고 자국내에서는 128M 이상의 D램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수요가 많지 않았다고 보고 128MD램 사업을 점진적으로 전개해왔던 국내 업체들은 자칫하면 대용량 D램시장을 일본 업체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삼성과 현대가 하반기부터 64MD램의 생산량을 축소키로 결정한데에는 지금까지 맛본 「단 꿀」을 잊고 「새 꿀」을 찾을 때가 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두 회사에 64MD램은 감가상각이 없다시피 해 파는대로 이익이었지만 눈앞의 이익에 취해 더이상 안주할 수 만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현대의 대용량 D램 사업확대는 또 맹추격해오는 대만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도 받아 들여진다. 시장의 축을 64MD램에서 128MD램으로 빨리 옮겨놓음으로써 64MD램이 주력인 대만업체들의 입지를 좁혀 놓겠다는 것이다.

◇시장에 미칠 영향 =우선 올 연말을 고비로 반도체의 세대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주요시장 조사기관들은 세계 D램시장에서 128MD램의 비중이 50%를 밑돌지만 내년에는 60% 이상을 차지, 주력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28MD램의 비트당 단가가 64MD램의 그것에 비해 낮아지는 비트크로스(bit-cross)현상이 올 4분기중에 본격적으로 나타나 이런 추세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관측됐다.

세대 교체는 곧 대용량 메모리 생산에서 우위를 점한 일부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로선 올 9월께 신공장(10라인)을 본격 가동하는 삼성전자의 득세가 예상되며 설비 보완에 주력하는 현대전자, NEC 등 일부 업체가 삼성전자를 맹렬히 추격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용량 메모리에 대한 설비 증설이 미흡한 미국 마이크론, 독일 인피니온 등의 경우 내년도 시장경쟁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내년 이후 D램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관측됐다. 관건은 과연 어느 업체가 대형 PC업체들로부터 발생하는 수요를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대형 PC업체들의 메모리 구매 담당자들이 한국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삼성과 현대를 접촉하고 있어 수요 확보 차원에선 국내업체들이 유리한 입장이다.

또 대용량 제품으로의 시장 재편은 0.15미크론 이하의 초미세 회로선폭과 같은 공정기술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국내외 D램 업체들이 기존 생산라인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초미세 공정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편 대용량 D램시장의 성장은 고성능 대용량 PC의 보급을 촉진시키고 여기에 장착하는 운용소프트웨어(OS)나 고성능 CPU시장도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OS나 CPU가 등장해 메모리시장 주력 제품이 달라지는 것에서 이제는 상호 상승작용을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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