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2000 핵심테마 집중진단>9회-벤처캐피털

벤처붐 조성으로 벤처가 뉴밀레니엄 최고의 화두로 각광받으면서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바로 벤처캐피털(VC)이다. 주로 담보를 요구하는 일반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의 주식이나 전환사채(CB) 인수형태로 자금을 수혈해주는 벤처캐피털은 벤처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벤처기업과의 동반자로서 벤처시대의 새로운 산업군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보통 펀드형태로 운용중인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거, 중기청의 관라감독을 받는 창업투자회사와 투자조합,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재경부(금감원)의 관리를 받는 신기술금융사를 포함한다. 지난 98년까지만해도 중소·벤처투자는 일부 창투사들이 명맥을 유지해왔으나 벤처붐 조성으로 대다수의 창투사와 신기술금융사들이 벤처투자를 주도, 벤처캐피털산업이 뿌리를 내렸다.

특히 코스닥 열풍으로 벤처캐피털산업의 절대적인 요소 중 하나인 주식상장(IPO)을 통한 투자회수기간이 빨라지고 고수익, 이른바 「대박」이 잇따르면서 벤처캐피털 열풍이 불었다. 정부의 벤처육성 기치아래 벤처기업(법적)이면 간단히 코스닥에 등록, 벤처캐피털들이 수십∼수백배의 자본이득(캐피털 게인)을 올림으로써 벤처캐피털이 유망업종으로 급부상한 것.

삼성·LG·현대·SK 등 4대그룹은 물론 코오롱·두산·일진·한화 등 중견그룹의 벤처캐피털사업 진출이 잇따랐다. 중소·중견기업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특히 코스닥등록으로 거금을 마련한 선발 벤처기업들은 고유 비즈니스에 비해 벤처투자가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 이 대열에 대거 합류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72개에 불과하던 창투사는 현재 140개를 넘어섰으며 투자조합은 98개에서 262개로 급증했다. 상장주식 투자나 융자, 리스업에 주력하던 신기술금융사들도 벤처투자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TG벤처·삼성벤처·미래에셋벤처캐피탈 등 일부업체는 아예 자산운용을 벤처투자쪽에 집중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 열풍은 벤처기업의 몸값을 가파르게 올려놓았으며 옥석구분이 없는 투자행태를 자초, 후유증이 심각하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코스닥이 침체기로 접어들며 벤처캐피털 열풍이 빠르게 식으면서 벤처캐피털은 벤처거품의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투자=대박」이라고 맹목적으로 믿고 투자한 기업들은 투자회수(exit)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벤처붐이 피크였던 지난해 말이나 올초에 설립된 신생 창투사들은 상황이 더욱 어렵다. 신생 창투사의 한 관계자는 『벤처투자 열풍에 편승, 무작위로 자금을 쏟아부은 탓에 유동성 위기에 빠진 곳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소위 「막차」를 탄 결과다. 반면 대규모 투자회수를 통해 선발업체들은 자금사정이 넉넉한데다 벤처기업의 몸값이 떨어져 「위기가 곧 기회」라고 판단,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전문가들은 『벤처조정기가 상식이 무시돼온 벤처투자시장을 바로잡음으로써 국내 벤처캐피털산업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과 윈윈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인식을 심어주고, 건전한 벤처투자문화를 조성하고 투자·심사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업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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