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통신 인프라 및 서비스는 인터넷 열풍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러한 통신인프라는 국민들의 다양한 통신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고 관련서비스 산업을 활성화시켜 전반적으로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최신 기술만을 쫓다보니 장비 수입이 급증하고 일부 서비스의 경우 해외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는 등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자립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해온 국내 장비업체들을 멍들게 하고 한국 시장이 외국 선진장비 업체들의 통신기술 경연장이 되는 것 아닌지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
<글싣는 순서>
1. xDSL & LAN
2. 무선인터넷
3. 전용회선
4. 음성인식 및 합성
5. 에필로그
1. xDSL & LAN
우리나라에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상용 서비스가 도입된 지 1년이 채 못 되었지만 가입자 수는 이미 7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 말까지 가입자는 200만명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올해 전세계 ADSL 장비 출하분의 절반 가량이 국내에 공급되는 셈이다. 미국, 싱가포르 등에 비해 서비스 도입시기는 다소 늦긴했으나 인구대비 가입자 수나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때문에 외국 장비업체에 우리나라 ADSL 시장은 「코리안드림」이라고 불릴 만큼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ADSL이 보편화하면서 국민들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이용이 높아지고 관련 인터넷 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 한국통신 등 통신사업자간의 과열 경쟁에서 비롯된 가입자 폭증사태는 국내 장비업체들의 입지를 좁히는 역할을 했다. 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9년부터 2000년 상반기에 공급된 총 130만 ADSL 회선 가운데 국산은 31만 회선에 그쳐 전체적으로 2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통신사업자간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유치경쟁은 국내 제조업체의 생산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가입자를 유치, 해외 장비업체의 생산물량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8Mbps라는 속도를 홍보전략으로 삼다보니 정부 자금까지 투입해 개발한 UADSL 칩세트(최대 1.5Mbps)는 시장 출시 전에 사장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비록 이 같은 가입자 폭증이 예기치 못한 일이라고 해도 통신사업자들은 정보통신 부문 무역수지 악화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신사업자들이 차세대 사업으로 진행하는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 서비스도 이러한 전철을 밟지나 않을지 우려되는 부문이다.
VDSL 서비스 환경이 구비됐냐는 논쟁은 차치하고 겨우 마련된 ADSL의 자립 기반이 굳어지기도 전에 VDSL 서비스의 도입은 국내 시장을 또 다시 다국적 장비업체들의 경연장으로 인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근거리통신망(LAN) 시장은 아예 해외 통신장비업체들의 격전장이 되다시피 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전년 동기대비 대략 100% 이상 증가한 4600억원 규모다. 국내 업체의 매출은 소폭 늘기는 했지만 점유율은 7%로 전년과 비교해 3% 정도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 산업이 일천한 면도 있지만 기업, 관공서, 통신사업자들의 무조건적인 외산 제품 선호가 불러온 측면도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제품으로도 충분히 구축 가능한 사이트에서도 신뢰성이나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국산 제품이 아예 입찰에 응하지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외산 선호현상이 없어지지 않는 한 국산 장비의 시장 점유율 제고는 요원하다』고 토로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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