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새로운 유통경로로 등장하면서 유통채널간 갈등(channel conflict)이 전자업계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통채널간 갈등은 제조업체들이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고객을 대상으로 여러 유통채널을 동시에 활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사이버 전자유통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유통점(대리점), 온라인 유통점(인터넷쇼핑몰), 소비자 모두 윈윈하기 위해선 제조업체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채널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이를 극복하는 것 역시 제조업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제조업체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업체도 각각 채널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대형 할인점과 양판점에 이은 인터넷 쇼핑몰의 등장으로 최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채널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디지털경제시대에 걸맞은 생존전략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클릭 앤드 모르타르(Click & Mortar)전략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클릭 앤드 모르타르란 오프라인기업이 전자상거래 역량을 강화해 온라인기업으로 변신하거나 온라인기업이 오프라인기업과 전략적 제휴 또는 기업인수합병(M&A)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의 경우 소니·마쓰시타 등 일본의 가전업체들과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3사를 포함한 가전업체들이 적극 도입,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클릭 앤드 모르타르 전략을 기반으로 자사의 전자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http://www.gosamsung.co.kr)을 개설하는 등 e비즈니스사업에 역량을 결집해 e기업으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대리점을 사이버 대리점으로 전환시켜 자사의 인터넷 쇼핑몰에 입주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동안 가전업체의 그늘아래 안정된 유통단계의 이권을 누리며 수익을 보장받아오던 대리점들이 사이버 유통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초기에는 순수 온라인업체가 우세하겠지만 결국에는 클릭 앤드 모르타르 전략을 통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온라인사업에 진출한 기업들이 최후의 승자로 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전제품 전문 역경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예쓰월드(http://www.yess.co.kr)의 경우 온라인기업과 오프라인기업간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예.
신종 온라인 쇼핑몰업체인 예쓰월드는 올 매출 400억원을 내다볼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일반적인 쇼핑몰과는 달리 역경매 방식을 도입한 것도 주효했지만 그보다는 400여개에 이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사업파트너로 끌어들인 것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다.
실제로 예쓰월드는 국내 가전유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월매출 40억원 이상의 굵직굵직한 가전유통상을 주거래처로 확보하고 고객의 주문에 대해 공급자가 가격을 제시해 최저가 입찰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을 쌓아둘 물류창고나 고객에게 제품을 보여줄 전시공간이나 매장도 필요없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고객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이익으로 취하면 그만이다.
예쓰월드의 협력 비즈니스 모델은 당초의 「장밋빛 전망」을 품고 출발했지만 거의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1200여개에 이르는 인터넷 쇼핑몰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즉 인터넷 쇼핑몰은 제조업체와의 직접 거래가 어려운 국내 가전유통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시중의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손잡고 이익을 나눠먹는 윈윈전략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유통경험이 풍부하고 눈에 보이는 매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낯선 사이버유통에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사이버유통은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알고리듬과 세밀한 설계 및 운영노하우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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