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결제시장 지각변동 시작되나

지불결제서비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되나.

「인터넷」이라는 외풍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공고한 아성을 구축해왔던 금융업종의 부가가치통신망(VAN) 서비스가 최근 흔들리고 있 다. 「돈」에 대한 정보가 오가는 특성상, 그동안 지불결제 VAN은 인터넷보다 안정성에서 우월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인터넷이 창출해낸 전자상거래(EC) 시장과 새로운 기술·비즈니스 모델이 종전 지불결제 VAN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면서 그간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금융업종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제일 먼저 실감하고 있는 쪽은 대표적인 소매금융 분야인 신용카드 시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e커머스에 이어 차세대 m커머스 시장을 준비중인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아예 VAN사를 연계하지 않는 방향으로 상용화를 적극 검토중이어서 종전 신용카드 VAN 업계의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징후=정확히 말하면 EC 확산을 등에 업고 신용카드 지불결제시장에서 먼저 변화의 조짐이 포착된다. 최근 인터넷EC 지불서비스 전문업체인 이니시스가 BC카드 등과 공동 출자를 통해 설립한 「한국버추얼페이먼트」, 삼성카드가 출시한 「바로페이」 등이 대표적 사례다.

버추얼페이먼트는 1400여 쇼핑몰 가맹점을 보유한 인터넷EC의 온라인 신용카드 「브랜드」 회사다. 물론 지불처리시스템은 이니시스가 대행한다. 사업계획서를 보면 실물 가맹점이 없다는 점만 빼면 비자·마스타 등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이니시스의 지불서비스 모델과 달리 쇼핑몰-신용카드사를 잇는 단계에서 금융결제원·KOVAN 등 기존 VAN사를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이니시스·데이콤 등 전문업체들은 인터넷 지불게이트웨이(PG)를 운영하더라도 VAN사들을 통해 지불처리를 해왔다. 삼성카드의 바로페이서비스도 이 같은 점에서 비즈니스모델이 유사하다. 비자코리아 정도영 이사는 『결제서비스 시장에서 인터넷이 VAN을 점차 대체해 갈 것은 분명한 대세』라며 『신용카드 등 일단 소매금융시장에서 촉발된 이 같은 움직임은 조만간 기업간(B2B) 결제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m커머스=현재 모바일 통합지불결제솔루션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대부분의 이동전화사업자들은 m커머스 환경에서는 아예 VAN사들을 배제시키는 쪽으로 심각하게 검토중이다. 신용카드만 하더라도 거래 건당 100원선에 육박하는 VAN 수수료가 시장진입에 엄청난 부담인 것이다. 무선통신업계 관계자는 『m커머스는 전혀 새로운 지불결제 환경을 구축하는 작업인만큼 VAN사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유무선 인터넷을 상호 연동시킬 수 있는 지불결제솔루션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영향=이같은 움직임은 우선 한국정보통신·케이에스넷·나이스카드정보·금융결제원 등 기존 VAN사들의 입지를 크게 압박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그동안 신용카드VAN 외에도 신규사업으로 인터넷지불결제서비스를 해왔지만 시장진입에는 실패했던 게 사실이다. 현재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실물 가맹점의 신용카드 사용 실적과 이에 따른 지불처리수수료로 「현상유지」는 할 수 있지만 「사업확장」은 힘겨운 실정이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인터넷 기반의 지불처리서비스가 EC시장만을 장악하고 있지만 앞으로 실물가맹점 영역까지 침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 VAN은 급속도로 도태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더욱 큰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은 인터넷이 앞으로 전자수표·전자구매카드 형태의 B2B결제시장까지 진입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물산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일부 e마켓플레이스들은 하반기께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지불결제시스템을 개발, 연내 테스트에 들어간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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