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계측기>다시맞는 호황...고성장 "보증수표"

『꿈이여, 다시 한번!』

국내 계측기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그동안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국내 계측기 시장이 올해 말로 다가온 차세대이동통신 시스템(IMT2000) 서비스 특수 등에 힘입어 지난 98년 셀룰러폰·PCS 시장 급팽창 이후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통신용 계측기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올해 매출 목표를 IMF이전 수준으로 높여 잡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으며 실제 시장규모도 지난해에 비해 25∼30% 정도 신장된 500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디지털TV 방송이 준비되고 있으며, 국내외적으로 전반적인 환경규제 강화 추세가 대두됨에 따라 대기·수질 등 환경오염물질 자동측정 장비의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업체들 역시 첨단제품 개발 및 영업에 나서는 등 다시 돌아온 훈풍을 타고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

계측기기 산업은 대표적인 하이테크 산업. 두뇌집약 기술 및 고부가가치형 기술산업으로 분류된다. 고정밀도·고정확도를 생명으로 하고 있으며 반도체·무선광통신·우주항공·생명공학·신소재 등 전문화된 첨단산업 육성의 기반구축 및 미래 산업의 개척을 위한 기반기술이 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전자·정보통신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첨단산업분야 :컴퓨터·정보통신·광전자·반도체·멀티미디어·전자응용기기 △기계산업분야 :자동화설비·수치제어·우주항공·자동차 산업 △의료기기분야 :생체신호계측·영상진단·의료분석기 △환경산업분야 :공해측정·기상관측·방사선 측정 △기타산업분야 :계량측정·농수산물·공업측정 등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내 계측기 시장 양상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했다. 연평균 시장수요 가운데 70∼7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막대한 외화가 낭비되고 있다. 특히 고급 계측기기는 외산업체에 의해 이끌리다시피하면서 계측기기 분야 수입이 연평균 30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수지 적자를 보여왔다. 또 관련 기술인력들이 이 분야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국내업계 경쟁력 향상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9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 계측기기 기술수준은 상당히 진전됐다. 많은 금액은 아닐지라도 다수의 계측기기들이 선진국을 비롯한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또 품질을 인정받아 수출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만 활발하다면 수출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막대한 무역역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산업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기업·연구소들을 중심으로 국내 계측기의 수요가 서서히 늘면서 미국·일본 등 외산 업체들이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업체들은 본사 및 국내 조직을 정비하고 한국법인들을 내세워 주력제품 홍보에 나서는 등 통신부문을 겨냥한 시장전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휴렛패커드(HP)에서 분리·독립한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는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를 앞세워 무선인터넷을 비롯한 IMT2000 관련 제품의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텍트로닉스 역시 컬러프린터 이미징 사업부와 방송장비 부문을 정리하고 계측기 사업부와 방송용 및 통신용 시장에 주력키로 했다. 르크로이는 국내 현지법인장을 교체하고 공격적인 시장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들 3사간 경쟁은 특히 디지털 오실로스코프 분야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이엔드 디지털 오실로스코프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업체는 텍트로닉스. 이 회사는 지난 6월 실리콘게르마늄(SiGe) 방식의 설계기술을 적용, 성능을 대폭 개선한 신개념 디지털 오실로스코프(모델명 TDS7000)를 발표하면서 시장선두 위치를 확고히 했다.

여기에 맞서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가 60∼100㎒대 보급형 오실로스코프(모델명 54600 시리즈) 등 기능과 가격을 낮춘 오실로스코프를 내놓고 텍트로닉스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르크로이 역시 초당 1GS(기가샘플링)의 처리속도를 갖는 디지털 오실로스코프(모델명 웨이브러너 LT364, 364L)를 출시, 텍트로닉스와의 양강 구도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산 업체의 최대 격전지는 역시 IMT2000용 계측기 시장. 수요가 큰 만큼 업체간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IMT2000서비스 표준을 동기식(cdma2000) 및 비동기식(WCDMA)을 모두 채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계측기업체들도 양방식 모두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통신용 시장 절대강자인 애질런트를 비롯해 텍트로닉스·르크로이·어드반테스트·안리쓰 코퍼레이션·로데앤드슈와르츠·웨이브텍반델골터만 등 미국·일본·독일 등의 선진국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업체는 IMT2000 시장에서는 선점 논리가 통할 것으로 판단, 기존 CDMA시장 수위업체인 애질런트를 꺾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방송용 시장의 강자 텍트로닉스는 신호프로토콜 모니터링 장비·이동전화기용 고주파(RF)성능 검증장비·CDMA기지국 분석장비·WCDMA 분석장비 등을 내놓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일본계업체인 안리쓰가 IMT2000 표준의 일종인 비동기식 시장을 겨냥, 디지털 RF 테스터·디지털 모듈레이션 신호 발생기·신호테스터 등을 내놓고 미국 업체들의 시장독식 기도를 막고 있다.

외산업체들 틈에서 꾸준히 통화서비스 품질 측정장비의 개발에 주력해온 윌텍정보통신은 IMT2000 단말기 생산용 시험장비를 동기식 및 비동기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에 맞서 CDMA부문 등 기존 통신용 계측기시장을 주도해온 애질런트는 동기식은 물론 비동기식 IMT2000용 단말기의 설계,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서부터 부품 및 완성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풀 솔루션을 출시, 「계측기 백화점」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대기 및 수질오염 측정장비 등 환경 분야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환경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는 등 최근 들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비등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환경관련 계측기를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정엔지니어링이 수질오염 및 대기오염을 측정하는 제품을 내놓았고 극동기모도가 대기오염 종합감시 시스템을 비롯한 수질종합감시 시스템을 출시했다. 인피트론이 휴대형 가스측정기, 서원정공은 공장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가스 및 환경 오염물질을 측정하기 위한 굴뚝 자동측정시스템 등 대기오염 측정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외에 동양시스템하우스·동일계기·삼창기술·한국정밀기기 등이 수질 및 대기의 화학적 산소요구량·이온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내놓고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기타 측정분야에서는 대부통신기술이 전파예측 및 분석시스템을, 아키정보기술이 GIS를 이용한 지하 금속매설물 부식예측 시스템 등을 내놓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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