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지난 20일 IMT2000사업자 허가신청요령 및 심사기준을 원안대로 확정했지만 논리적 모순에 따른 기발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되고 있다.
정책심의위를 통과한 IMT2000 허가신청요령 및 심사기준에서 가장 논란을 빚을 수 있는 내용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심사기준의 기본 골격인 컨소시엄 구성 우대원칙이다.
정부는 심사기준에서 사업신청법인들의 컨소시엄 구성을 유도키 위해 주주구성의 안정성(4) 및 주식분산 정도(4) 등 8점을 배정했다. 물론 특정회사가 단독법인자격으로 사업권을 신청하면 두 항목 모두 0점을 받는 위험성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정부 측이나 업계에서는 모든 예상주주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권을 신청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컨소시엄 우대원칙은 사업자에 따라 「역(逆)발상」도 가능한 항목이다. 역발상은 1개 법인은 1개 사업신청법인에만 참여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전제로 가능해진다.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면 SK텔레콤이 한국통신을 탈락시킬 수도 있다.
SK텔레콤이 만약 정부 정책 의지와는 다르게 단독법인 신청을 강행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SK텔레콤이 8점을 포기하고 나머지 부문에서 만점을 받는다면 과락(대항목에서 60점)이나 낙제(총점수의 70점)를 면하고 심사대상자격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가장 유력한 IMT2000사업주자인 한국통신은 SK텔레콤의 주요 주주인 관계로 결격 처리되고 SK텔레콤 주요 주주자격으로서 출연금만 강요받게 된다.
한국통신은 이미 SK텔레콤의 주요 주주(13.31%)로 등재돼 있기 때문에 「1개 법인-1개 컨소시엄」이라는 참여원칙에 어긋난다.
한국통신이 결격처리될 경우 SK텔레콤은 사업권을 나머지 LG그룹 및 한국IMT2000과 나눠 가질 수 있어 과락이나 낙제점수만 면하면 된다고 계산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심사기준 뒤집어 보기를 하나로통신이 감행한다면 파문은 더욱 커진다. 한국IMT2000컨소시엄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로통신은 지금까지 정부가 IMT2000사업자 선정에서 신규 사업자 우대의 정책적 의지를 갖고 수행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냉대만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만약 하나로가 한국IMT2000컨소시엄에서 빠져나와 단독법인 자격으로 신청한다면 이번에는 한국통신만 자유로워진다.
하나로통신에는 현재 LG(13.8%), SK(7.1%), 삼성(9.0%), 현대그룹(7.6%)이 주요 주주로 포함되어 있다. 하나로통신이 단독법인자격으로 신청서를 제출한다면 한국통신을 제외한 타사업주자 및 통신장비제조업체들은 이번 IMT2000사업신청서 제출 및 컨소시엄 참여 자격 조차 없어지게 된다.
이처럼 상호충돌하고 있는 「컨소시엄 우대 및 1개 법인-1개 컨소시엄」 참여원칙에 대해 잠재적 피해자로 분류되는 한국통신 등은 개선책을 요구할 태세다.
20일 열린 정책심의위에서도 일부 위원들이 『그렇지 않겠지만 특정사업자에 의해 감행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대해 정부가 별도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표준·경제력 집중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의 심사기준안을 고집했던 정부가 어떤 해답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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