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회의 디지털세상 이야기>7회-공짜로 통하는 디지털세상

제목:공짜로 통하는 디지털 세상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 그래서 정보를 가진 자가 사회와 시장을 주도하게 되고 정보를 가진 기업이 더 큰 경쟁력은 갖게 된다. 요즘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도 결국 필요한 정보를 남보다 먼저 가진 자가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현상에서 기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빨리 알수록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특징은 정보통신과 정보처리비용이 급격히 하락되고 있고 거의 공짜가 돼 간다는 것에 있다. 반도체 칩의 경우에 18개월마다 처리속도가 두 배씩 증가하고 통신의 속도는 12개월마다 처리속도가 세 배씩 증가하고 있으니 그 비용의 하락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국제전화를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미국에 국제전화를 걸면 분당 800원 정도 든다.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분당 200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진다. 나아가 인터넷을 사용하면 무료로도 통화할 수 있다. 비록 일반전화보다는 음질이 조금 떨어지고 연결시간도 약간 더 걸리지만 개인적으로 통화하기에는 값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인터넷 전화가 제격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되면서 은행의 입출금업무의 처리비용도 급속히 떨어졌다. 미국의 경우 입출금 한 건당 처리비용은 창구에서 할 때에 1달러 10센트, 폰뱅킹이 50센트, 현금자동인출기는 30센트, 인터넷 뱅킹의 경우 1센트가 든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인터넷을 활용하면 기존의 창구처리비용에 100분의 1밖에 안 드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도 이같은 변화에는 예외가 아니다. 수억 원을 들여 개발한 프로그램의 베타버전이 제품발표 전에 무료로 배포되는 모습은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일들이다.

공산품도 공짜로 주는 시대가 왔다. 처음 나왔을 때 개당 10만원하던 호출기였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공짜로 주지 못해서 난리다. 휴대폰도 정부규제만 없으면 공짜로 주려고 항상 벼르고 있다. 나아가 최근 한 국내 인터넷회사는 수백 만원이 넘는 서버를 공짜로 무한정 가져가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나섰다. 그러고도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이런 공짜의 의미를 아는 것이 바로 디지털 경제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공짜로 준다는 것은 다시 말해 디지털 시대에서는 제품가격으로 승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남기기보다 제품을 공짜로 주더라도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서 그 고객들로부터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 디지털 경제에 등장한 새로운 모델이다.

국제통화를 무료로 제공해서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통화시 사용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광고를 유치하고 상거래를 창출함으로써 수익을 올린다. 또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시험판을 사전에 무료로 배포해 많은 사람들이 쓰도록 유도한 뒤 기능이 추가된 정품을 발표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게 만든다.

호출기나 휴대폰의 경우도 단말기는 통신회사의 보조금으로 무료로 제공하고 거기서 나오는 통신료로 수익을 만든다.

비록 최근에는 수익성 논란으로 이 모델을 도입한 인터넷 기업들의 기가 한풀 꺾였지만 이들이 먼저 선보인 공짜방식은 디지털 경제의 뚜렷한 특징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즉 더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그 고객들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느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디지털 경제에서는 공산품을 만들어 팔면서 제품 자체로만 이익을 남기려는 회사는 멀지 않아 한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고객을 통해 다른 부가가치를 더 많이 창출해내는 것만이 상책이다. 따라서 고객을 위한 부가가치 창출에 아이디어가 없거나 영업정책, 비전이 없는 회사는 향후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힘들어 질 것이다.

공짜로 통하는 세상에서 고객은 즐겁다. 하지만 그 속에서 성공하려면 공짜로 주더라도 더 많은 고객을 모으고 고객을 알고 고객을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공짜로 통하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성공에는 공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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