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정부의 코스닥 부양책 발표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우리 벤처산업이 코스닥 침체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냉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벤처산업이 채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시들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벤처비즈니스는 앞으로도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최고의 기대주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벤처산업은 숱한 관심과 화제를 모으며 우리의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지난 1년여 동안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며 화제를 모았던 벤처산업 핵심테마의 형성과정을 10여차례에 걸쳐 긴급진단, 우리 벤처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나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극과 극」. 지난 1년 동안 한국 벤처산업의 상황을 한마디로 함축하는 것으로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2개월 전인 99년 5월19일.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정부는 장고 끝에 파격적인 코스닥시장 부양책을 내놓았다. 인위적으로라도 코스닥시장을 활성화, 벤처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해보자는 구체적인 의지의 표현이었다.
일찍이 벤처를 IMF 경제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설정한 정책목표 아래서 미국 나스닥을 벤치마킹, 코스닥시장을 우선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우리의 벤처산업은 사실상 시작됐다. 코스닥이 살아나면서 자금난에 허덕이던 수많은 벤처기업이 회생의 길로 접어들었고 벤처가 이 시대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벤처기업이 주류를 형성한 코스닥 주가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코스닥에 등록한 벤처기업의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대의 평가자산을 가진 벤처거부와 벤처스타가 속출했다. 투자가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올렸다. 「코스닥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일반인 사이에서도 코스닥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코스닥 열풍은 곧 벤처붐으로 이어져 벤처창업이 온나라를 뒤흔들었다.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창업의 꿈을 키워왔던 예비 벤처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열기는 대학(원)생, 교수, 공무원, 언론인, 전문직 종사자 등 전분야로 확산됐다. 특히 IMF 이후 취업난에 허덕이던 대학의 벤처붐은 특히 심해 창업동아리의 결성과 창어보육센터 설립이 잇따랐다. 이공계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한 엔젤클럽 발족이 이어졌으며 심지어 창투사(호서대)를 설립하는 대학까지 등장했다.
벤처붐은 자연히 벤처투자붐으로 확산돼 창투사 등 벤처캐피털이 새로운 금융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그동안 투자회수가 늦어 거의 유명무실했던 창투사들은 코스닥 활성화로 투자회수기간이 짧아지고 수익률이 급등하자 고기가 물을 만난 듯 경쟁적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창투사 설립도 급증, 지난해 5월까지 70여개에 머물던 창투사가 올초에 100개를 돌파했고 현재는 150개를 넘어섰다.
벤처투자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는 벤처캐피털이 속출하면서 은행·투신·증권 등 상장주식투자에 주력하던 기관투자가들이 비상장·미등록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엔젤투자붐」을 이뤘다. 그로나 과당적으로 흐른 벤처붐은 「묻지마투자」 「사이버벤처」 「블랙엔젤」 등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했고 급기야 정부의 벤처붐에 대한 연착륙론과 벤처거품론의 출현을 야기했다.
지난해 말부터 빠른속도로 확산되던 벤처거품론은 올 3월로 접어들면서 미국 나스닥의 인터넷 등 첨단기술주의 폭락으로 극에 달했고 급기야 4월부터는 코스닥 폭락과 벤처붐의 위축이 뒤따랐다. 이로 인해 높은 인기를 누리던 인터넷, 이른바 「닷컴기업」들이 자본조달에 치명타를 맞았고 벤처투자시장이 급랭했다. 벤처캐피털 등 투자가들은 신규투자를 극도로 자제했으며 벤처붐이 빠르게 식으면서 「벤처IMF론」까지 등장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지금의 벤처붐 위축은 「위기」라기보다는 「조정」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올바른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최근과 같은 위기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많은 벤처인들은 『지금의 위기가 사회 전반에 만연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현상을 떨쳐내고 건전한 한국적 벤처문화 조성을 통해 우리 벤처산업을 재도약하는 데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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