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을 가장 어렵게 하는 장애물은 역시 저작권 문제다.
따지고보면 최근 MP3산업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들은 대부분 저작권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저작권 문제가 아직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그동안 애써 조성해 놓은 MP3 붐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은 물론 저작권 보호를 위해 요구되는 불법복제 방지시스템이나 워터마크 등의 보안솔루션은 MP3플레이어 업체들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일부 핵심 보안솔루션 업체는 판매가격의 20%가 넘는 고액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어 업체들을 어이없게 만들 정도다. 또 SDMI라는 단체가 탄생한 것도 저작권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유독 MP3플레이어만 저작권 문제에 휘말려 최초의 디지털 인터넷 오디오로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이처럼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일까.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이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 것은 MP3플레이어 업체들의 마케팅 방향이 처음부터 잘못돼 있었기 때문이다.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MP3플레이어는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해 MP3음악을 다운받아 들고다니며 즐길 수 있는 기기라는 점을 주요 마케팅 콘셉트로 활용해 왔으며 지금까지도 이 점을 MP3플레이어의 최대 강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마케팅 전략은 MP3플레이어가 탄생할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PC만 있으면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해 MP3음악을 얼마든지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PC안에 머물던 MP3음악이 휴대형 기기로 옮겨지고 세계적으로 MP3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MP3음악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자 참다 못한 음반사들이 저작권 문제를 들고 나왔고 이는 결국 MP3플레이어 업체들을 옭아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한 것이다.
게다가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수출을 위주로 MP3플레이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저작권 문제가 보다 심각하게 작용하고 있다. 저작권 문제가 세계 MP3산업을 강타하면서 바이어들이 책임회피를 위해 저작권 보호를 위한 각종 솔루션이 내장된 MP3플레이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최근의 난국을 헤처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마케팅 전략부터 저작권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폭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MP3플레이어 업계가 저작권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MP3플레이어는 단순히 MP3음악을 다운받아서 사용하는 기기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MP3음악을 만들어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자체브랜드 수출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도 저작권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MP3플레이어 자체는 워크맨이나 CD플레이어처럼 저작권과는 무관하게 충분히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발상이 전혀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MP3플레이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세계 시장에서 워크맨을 대체한 차세대 디지털 오디오로 인정받고 있는 제품이다. 최근 속속 개발되고 있는 AAC플레이어나 AAC와 MPEG4를 이용한 휴대형 동영상 플레이어 등도 결국은 MP3플레이어를 기반으로 탄생한 2차 제품에 불과하다. 또 아직까지는 이들 시장을 국내 업체들이 선도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종주국답게 앞으로도 계속 이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대상황에 따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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