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원장=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고 성공한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조사해야 하는 개 연구소의 역할입니다.우리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기계연구원 혼자 여러 분야를 모두 커버할 수는 없지만 대덕에 있는 출연연 연구소들이 단합, 좀 더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분석을 하면 좀 더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연구원 창업 벤처기업들에 대한 마케팅 지원입니다. 연구원들이 창업하는 데 있어 가장 취약한 측면이 마케팅 분야입니다. 제품은 좋으나 마케팅 뒷받침이 안 돼 제품이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기계연구원에서는 조직적으로 마케팅을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 지방상공회의소 등과 연계를 통한 지원도 하고 있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도움을 받은 기업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연구원 창업은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소 스스로도 도움을 주어야 겠지만 다른 기관들도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고 이런 성공모델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정리를 해서 체계를 세워줘야 합니다. 그래야 연구원 창업 벤처기업들이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복 소장=이전까지 연구소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실용화, 산업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지고 간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소요된 비용의 10배 이상이 필요한 데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돈이 없었습니다.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을 감안, 투자를 하지 않았고 또 투자가 없자 우수기술이 실용화가 안 되는 악순환이 거듭됐습니다.
특히 바이오쪽은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위험부담이 많습니다. 다품종이고 소량생산, 고부가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바이오 산업입니다. 대자본가에게는 맞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만큼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필요합니다.
지금 불고 있는 바이오벤처 열풍은 한국의 관련 수준을 한단계 높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금의 특수상황은 많은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이 분명합니다. 또 자금들도 스스로 알아서 투자처를 찾아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하라고 해서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부에서 묻지마 투자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고 있는데 이는 기술평가 등의 투자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 같은 곳은 평가를 제대로 한 후 투자해, 실패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고 할 게 없어 첨단산업을 일으켜야 하는데 이런 모든 것에 기초가 되는 것이 바이오산업입니다. 그러나 한국 바이오산업은 선진국형으로 그냥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는 것으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훈련된 인력, 기술 충원 등을 위한 환경조성, 정책 등 유인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직접 투자에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투자처를 찾는 많은 자금들이 있습니다. 18년 전부터 유전공학 육성법이 나오면서 아주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됐으며 현재 이의 결과로 2000∼3000명의 전문인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제약산업 자체가 위축돼 있었고 바이오쪽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워진 게 현실입니다.
생명공학연구소의 경우 겸직을 허용玖庸?헤게모니를 급격히 잃어가고 있는 45∼50대 연구원들이 대부분 창업을 했는데 잘 되면 연구소를 그만둘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정 부서는 연구원이 없고 대부분 사장인 상황입니다. 연구소 입장에서는 많이 성공시켜 내보내고 30대 초가 새로운 연구인력으로 수혈해야 하지만 겸직제도로 인해 새로운 인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가 없습니다. 겸직제도는 대통령이 특별법까지 만들면서 장려를 했는데 기관장이 제동을 걸 수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가제도를 거쳐 겸직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 연구소에서는 다각도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정책이 나와 주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 박사들이 대거 동요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생명공학연구소의 경우 벤처와 관련 없는 분야가 많습니다.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연구원 창업 벤처기업이 갖는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현재의 벤처에 대한 열기가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은 모두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상황을 국가 전체적인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국가적인 성공과 함께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소들이 벤처의 성장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 원장=연구기관 기관장은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릅니다. 연구원 창업 장려는 좋은 정책이긴 하지만 연구소 기관장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ETRI의 경우 15년 전부터 꾸준히 연구원 창업이 있었습니다. 정부 돈 가지고 자기 재산을 챙기는 사람들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이해관계가 많이 걸려 있고 주요한 지적재산 유출문제 등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아 많은 부작용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98년 이후 연구원을 나간 인력이 600∼700명이 됐는데 연구소의 허리가 없어진 셈입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보면 잘 된 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창의력에 의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인력들의 산업일선 배치는 긍정적인 일이며 실질적으로도 획기적인 가치창출을 도모하고 있다고 봅니다.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데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응용 분야와 관련된 연구소들은 창업 열기로 끓고 있으나 몇 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은 원장=장단기적인 관점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벤처열풍의 지속성입니다. 과연 현재의 열기가 지속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벤처는 5∼10%밖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건 대단한 모험이고 도박입니다. 연구개발에 있어서는 아직 우리나라는 후진국입니다. 부자는 모험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모험에 실패하면 재기조차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벤처산업도 장려해 줄 수 있는 측면이 있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으나 그러나 좀 더 안정적인 전략이 갖춰진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실험실 창업을 허용해야 하는 부분과 제한을 해야 하는 부분이 공존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의 상황은 너무 불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차분하게 좀 더 안정된 벤처육성을 해야 하는데 성공률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측면으로 벤처창업들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벤처를 문자 그대로 성공하면 성공이고 실패하면 실패라는 식으로 보지는 말아야 합니다. 제도권 내의 것으로 봐야지 제도권 밖의 다른 무엇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합니다.
△황 원장=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다만 어려움이 있는 것은 벤처라고 해서 전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이뤄져서는 안 됩니다. 실질적으로 상품화되고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하고 출연연이 이점을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 생산에 대한 인프라가 잘 되어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프라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생산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고급 기술이 상품화까지 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는 만큼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 벤처산업에 대한 어느 정도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벤처산업을 떠받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이런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손 소장=한 사이클이 돌아야 벤처는 무엇이고 어떤 벤처기업이 성공하는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성공이든 실패든 적극적인 방법을 취하는 측면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만큼 몇 년이 지나면 성공적인 사례가 있을 것입니다.
벤처창업은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적지만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회=연구단지 기관장들로서 연구원 창업 열풍으로 연구소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죠.
△복 소장=환경·여건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유타, MIT 등을 다녀와서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모델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은 원장=벤처는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나와야 합니다. 연구소도 몫이 있으니까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기술을 가지고 개인사업을 하는 것은 끊어야 합니다. 제도적으로 창업해서 성공하면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보안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손 소장=벤처창업 평가는 과연 그 분야가 누군가 해야 할 분야인가, 새로운 분야 창출인가에 대한 분석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연구소는 신분야 창출이 가장 중요합니다. 보수적으로 접근, 국가적인 이익에 부합되는 측면들과 병행해서 연구원 창업이 돼야 합니다. 이런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순간의 열기로 끝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대학은 인건비가 마련이 돼있으나 연구소는 국가에서 지급되는 인건비가 40%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들도 면밀히 검토돼야 할 부분입니다.
△황 원장=벤처창업 지원을 안 하면 정부정책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건 굉장히 불안한 측면입니다. 연구소는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에 전념하도록 해 벤처나 대학들이 연구소를 활용할 수 있는 측면으로 자리를 잡아가야 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창업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출연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느 정도는 정리해야 합니다. 본말이 전도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연구단지 자체에 많은 벤처기업들이 들어와 연구소들과 지리적으로 많은 상호작용을 거쳐야 하지만 연구원들이 자꾸 나가는 것은 문제입니다. 연구소가 기본 기능을 수행하는 바탕 위에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및 육성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리=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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