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2회>"벤처 횃불"켜 "미래"를 밝힌다

21세기에는 기술이 돈이된다.

지금까지도 기술이 중요했지만 21세기에는 기술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국가도 기업도 기술에 따라 수익이 엄청나게 차이나고 국제경쟁에서도 대우가 달라진다.

적자투성이의 벤처기업도 가지고 있는 기술과 미래 수익력 거는 기대가 클수록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는다.

기술판매로 벌어들이는 이른바 기술지주회사들도 생겨나고 밴처캐피털들은 기술을 평가해 높은 값에 지분을 양도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술이 돈이 되는 시대에는 그들이 곧 주인이다. 이러한 출연연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강력한 구조조정 몸살에 시달려온 출연연이 정부정책에 힘입어 그동안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벤처창업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수한 연구인력을 배경으로 국가 연구개발을 사실상 전담해오면서 쌓아온 에너지가 대덕밸리를 벤처의 함성으로 메아리치게 하고 있다.

대덕밸리의 산파역이자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출연연이 대덕밸리 중흥의 횃불을 치켜들고 선두에서 달려가고 있다.

대덕밸리에 몸담고 있는 출연연은 모두 17곳.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소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이공계 출연연구소가 모두 이곳에 밀집돼 있다. 대덕밸리내 출연연 종사자는 전자통신연·기계연·생명연·표준연·원자력연 등 17개 연구소에 모두 60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연구원 창업 등이 붐을 이루면서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정부출연연의 존재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국가연구개발 목표에 따라 국가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내고 둘째는 중소기업 등 우리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외국기업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술경쟁력을 높여주는 게 주임무다.

그런 출연연이 벤처 붐과 함께 「돈이 되는 연구」로 돌아서고 있다.

20년을 넘게 장기간 투자해 축적한 연구시설과 연구노하우, 기술정보, 많은 연구인력 등이 대덕밸리의 우수한 자산이 되고 있다.

특히 산·학·연 협동연구와 공동 인력양성, 기업지원 등을 통해 점차 정부의존형에서 민간 자립형으로 형태를 바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덕밸리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은 곧 이들 정부출연연 없이는 실현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연구성과가 마치 붕어빵 찍어내듯 나오는 것으로 착각하는 일부 집단 때문에 항상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인 기관으로 지목받아왔던 출연연이 대덕밸리의 주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기술기획, 연구개발, 생산, 전문 인력양성 등 출연연은 그야말로 벤처기업의 필수요건을 모두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출연연이 IMF 관리체제 이후 예산삭감, 조직축소, 업무기능 조정, 연구과제 중단 등 그야말로 생존권 차원에서 연구원 창업 등 벤처기업 창업보육을 지원하면서 연구결과가 곧바로 벤처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5월말 현재 대덕밸리내 정부출연연이 보유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는 KAIST·ETRI·원자력연·기계연·생명연·표준연 등 6개 연구기관으로 이들 센터에는 2105명의 인력이 256개 벤처기업에서 현재 싹을 피우고 있다.

연말까지는 에너지연·정보통신대학원대학 등도 자체 창업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벤처보육사업에 나설 계획이어서 출연연의 벤처창업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출연연의 벤처창업은 연구원들로 하여금 역동적인 연구개발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출연연은 특성상 국가 중장기 기술목표 달성이라는 책임과 벤처창업 지원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얼마나 제대로 소화해내느냐가 관건이다.

출연연 연구원들에 대한 창업지원은 크게 연구원 창업, 연구원 실험실창업, 연구원 창업겸직 등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다.

대덕밸리에서 출연연의 역할은 출연연의 설립목적인 국가 중장기 기술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출연연이나 벤처기업들과 연구인력 교류 등을 융통성있게 운영하고 연구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축적된 연구개발 능력을 십분 활용해 벤처기업을 상대로 꾸준한 기술을 지원하는 등 연구인력의 산업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를 테면 대덕밸리의 연구개발 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벤처기업의 창업활성화를 위해서는 각 출연연의 창업보육센터에 1∼2년 동안 입주시켜 보육단계를 거치도록 하고 벤처기업 등록, 시제품 제작 등을 거쳐 대덕밸리내 산업단지에 입주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출연연은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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