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반도체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체제에서 조기 졸업, 홀로서기에 나섰다.
아남반도체의 주 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18일 오후 본점에서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아남반도체의 워크아웃 졸업을 확정, 발표했다.
이로써 아남반도체는 지난해 5월 채권단과 5년 기한의 워크아웃 약정서를 체결한 지 1년 2개월만에 졸업했으며 독자경영의 틀을 완전히 갖췄다. 또 이번 아남반도체의 회생으로 2년여에 걸친 반도체업계 구조조정은 사실상 마무리돼 종합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현대전자와 수탁생산(파운드리) 전문업체인 아남반도체·동부전자의 4각구도로 재편됐다.
◇조기졸업 배경
아남반도체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은 패키징사업의 매각과 인력축소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은행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은행 차입금과 계열사에 대한 보증 채무를 조기에 상환했기 때문이다.
아남은 지난해 5월부터 1년동안 4개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과 산전사업부를 각각 미국 ATI와 프랑스 르그랑에 매각했다. 특히 ATI로부터 총 21억1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함으로써 워크아웃 졸업의 전제조건인 차입금 및 보증 채무를 해소했다.
아남은 또한 워크아웃 신청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사업구조조정과 인력감축 등 강력한 군살빼기 경영을 실시했다.
반도체 패키징사업을 매각하면서 비메모리 웨이퍼 파운드리 전문업체로 전환했으며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21개사였던 계열사를 매각, 분리, 청산해 13개사로 축소했다.
이밖에 간접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직접인력도 최소화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연간 15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이번 워크아웃 졸업은 이러한 노력을 채권단이 높이 평가한 결과다.
◇아남반도체의 진로
워크아웃은 끝났으나 아남반도체는 이러한 사태를 불러왔던 금융불안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아남은 97년 2167%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66%로 낮춘 상태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차입금 상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올해 말까지 43%로 낮출 계획이다.
여기에는 ATI로부터 연말까지 받기로 한 1억5000만달러의 외자와 최근 매출호조에 따른 순이익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아남반도체는 파운드리 전문업체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남은 워크아웃 기간에 중단했던 설비증설을 추진해 월 2만1000장인 웨이퍼 생산능력을 내년 초까지 월 3만장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남은 최근 호황인 파운드리시장에 편승해 옛 영광을 되찾으려 하나 이러한 계획이 그대로 성사될는지는 미지수다. 대만업체의 견제가 심해지는데다 국내에서도 현대전자와 새로 등장한 동부전자 등이 파운드리사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남은 파운드리 주 고객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 이외의 신규거래선을 확보해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생산성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아남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의 일등 공신인 ATI는 사실상 아남의 미국내 자회사로 실질적으로 오너의 변동은 없었다. 아남이 외형상 정상화하기는 했으나 그 내용까지 정상화한 것은 아니라는 일부 비판은 아남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인 셈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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