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주변기기 유통업계 저가경쟁 「위험수위」

비수기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PC부품 유통업체들이 매출확대를 위해 최근 저가경쟁으로 일관, 유통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같은 부품 및 주변기기 업계의 저가경쟁은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유통업체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어 현재 유통상가에 나돌고 있는 8·9월 유통업체들의 연쇄도산설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기판이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CD롬드라이브, 케이스 등 PC부품 및 주변기기 유통업체들은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재고상품을 저가로 시장에 무더기로 내놓기 시작해 저가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규 PC수요를 추정할 수 있는 주기판의 경우 비아 693A칩세트를 장착한 제품은 정상적으로는 7만원대에서 8만원에 도매가격이 형성돼 있지만 최근들어 재고를 많이 가지고 있던 일부 업체들이 물량을 한꺼번에 용산시장에 쏟아내면서 도매가격이 6만∼7만원대로 낮아졌으며 심지어 5만원대 제품도 나돌고 있다.

주기판 유통업체인 엠에스디 윤영태 사장은 『저가형 주기판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낮아도 제조원가가 6만∼7만원은 될텐데 5만원대에 판매하는 것은 제살을 깎아먹는 것일 뿐 시장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HDD도 이미 경쟁을 넘어서 투매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력제품군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10∼13GB 제품군이 업체들의 저가경쟁으로 도매 기준으로 10만원을 상회하던 가격이 8만원대로 낮아졌다.

마우스나 케이스 등도 마찬가지다. 일부 중국산 휠마우스는 수입원가가 3000원인데도 2000원에 도매업체에 유통되고 있으며 4만5000∼6만원에 거래되던 케이스도 최근 3만5000∼5만원선으로 낮아졌다.

소모품인 CDR미디어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산 제품들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려 블루 모델의 경우 100장 단위 낱개 가격이 220원선에 도매가격이 형성돼 있고 골드 모델은 3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SKC나 코닥·필립스 등의 제품이 블루 1000원대, 골드 2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이처럼 PC부품 및 주변기기 업체들 사이에 저가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1·4분기 호황에 힘입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소규모 유통업체들이 2·4분기에 어려움을 겪다가 3·4분기에 대량으로 도태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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