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MP3산업>1회-위기의 계절

국내외 MP3 산업환경이 급변하면서 대부분이 영세업체인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장밋빛 일색이었던 MP3플레이어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MP3플레이어 종주국인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MP3플레이어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연간 수백만대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당면한 문제점을 긴급진단하고 이의 대응방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

최근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플래시메모리를 비롯한 핵심 부품 수급난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MP3플레이어 수요가 당초 기대만큼 폭증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 MP3음악에 대한 저작권 문제를 놓고 음반사들과 MP3음악 제공업체들의 분쟁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따라 MP3플레이어가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공급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여러가지 요인들이 MP3플레이어 시장확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소니·필립스·파나소닉 등 세계적인 대형 가전업체들이 이 시장에 속속 가세하고 있는 것도 국내 업체들에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 업체가 세계시장에 제품을 쏟아낼 경우 가뜩이나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P3플레이어는 제조원가가 비싸 웬만한 자금력으로는 대량생산이 어려운 제품인데 이미 국내는 코스닥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벤처기업들이 사업자금을 확보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특히 MP3 관련업체들의 모임인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조차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회원사들끼리만 독식하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SDMI는 최근 계획을 일단 보류하기는 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미 회원사들에만 MP3플레이어 품질인증 ID를 부여해 비회원사들의 MP3플레이어 시장진입을 차단키로 합의하고 ID번호 배분도 끝마친 상태다.

SDMI가 이같은 방안을 강행할 경우 ID번호를 부여받지 못한 대부분의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더이상 자체적으로는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최근 들어 세계 MP3 산업환경이 국내 업체들에 크게 불리한 쪽으로 조성됨에 따라 국내 MP3플레이어 산업 자체에 대한 강한 비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는 무려 200여개에 달하는 업체가 MP3플레이어 사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양산체제를 갖추고 판매에 나선 업체는 10여개사 정도에 불과하다.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조만간 많은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타사에 합병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MP3플레이어를 개발만 해놓고 아직 상품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자금을 유치하려던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미 업체간 인수합병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수순이라는 견해도 있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 가운데는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충분한 준비없이 MP3플레이어 사업에 뛰어든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MP3플레이어는 세계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제품이다 보니 더이상은 한국이 종주국이라는 사실에만 연연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계 관계자들이 이제는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들도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