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예년보다 무려 한달 가까이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여름철 냉방기 사용으로 인한 전력수요가 급증, 지난달 19일과 20일 이틀간 3786만1000㎾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전력수요가 발생, 관계기관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여름철 전력 예비공급률을 10% 이상 확보하기 위해 최근 「2000년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을 서둘러 마련한 것도 무더위로 인한 전력난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자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해 여름철 최대수요 3729만3000㎾보다 10.4% 증가한 4118만200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전력 공급능력도 당진화력 2호기 등 10개 발전소 준공과 대산 복합화력, 광양제철 등 민간열병합 발전소의 전력구입 증가로 전년도 4341만8000㎾보다 7.5% 증가한 4549만8000㎾로 늘어난다. 일단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산자부의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26∼28달러대를 기록하는 등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경기를 크게 악화시키고 있어 무조건 전력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환영할 만한 방안이 못된다.
고유가는 우리 경제에 수입증가와 수출감소,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운용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유가가 1달러 상승하면 무역수지는 연간 10.5억달러가 악화되며 국내 유가는 리터당 평균 14원, 소비자 물가는 0.09%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그러나 국내 1500만 가구가 모두 TV·냉장고·에어컨·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에 대한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해 사용하는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경우 연간 2억872만달러에 달하는 에너지 수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선 쓰지 않는 가전기기의 플러그를 빼둠으로써 쓸데없이 낭비되는 대기전력 소모를 줄일 경우 한 가정당 40W를 절감, 전체적으로는 총 8억7600만kWh의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연간 3701만달러의 에너지 수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TV 시청시간을 하루에 1시간만 줄여도 TV 한대당 연간 24kWh의 절전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1500만 가구에 적용하면 연간 총 3억6000만kWh를 절약할 수 있고 이는 연간 1521만달러의 에너지 수입비용 절감효과로 이어진다.
냉장고의 경우 절전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더 많다. 냉장고 문을 한번 여닫을 때마다 0.35%의 전력소비가 증가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통 가정에서 하루에 24회 정도인 냉장고 문을 여닫는 횟수를 4회만 줄여도 월 0.76kWh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으며 음식물을 식혀서 넣는 것만으로도 308만달러 어치의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다. 또 냉장고 내 음식물 용량은 60% 정도가 적정수준이다. 여기서 10%를 늘리면 전기소비량이 3.6% 증가한다. 따라서 냉장고 음식물을 10% 줄일 경우 월 1.8kWh를 절감할 수 있어 가정당 연간 21.6kWh의 절전효과가 나타나 연간 1369만달러의 에너지 수입비용이 절약된다. 여기에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1등급인 제품을 사용할 경우 5등급 제품에 비해 소비전력이 무려 45%나 줄어든다.
세탁기 사용시간을 10분 이내로 줄이면 또 연간 218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450W 용량 세탁기의 경우 월 20회를 사용하고 전국에 600만대가 보급돼 있다고 가정하면 세탁기 사용시간을 기존 15분에서 10분으로 줄이는 것만으로 소비전력량을 32%(월 4.314㎿h)나 줄일 수 있어 연간 218만달러 어치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선풍기는 미풍으로 사용하고 또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전력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는 선풍기 발열로 인한 손실을 막아 선풍기 한대당 연간 7.8kWh의 전력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다림질을 한번에 모아서 하면 연간 329만달러, 컴퓨터를 하루에 한시간씩만 안쓸 때 꺼놓는 것으로 연간 1014만달러, 대기시간에도 절전이 되는 사무·가전기기를 사용할 경우 연간 3289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가정에서의 에너지절약은 고유가시대에 가정뿐 아니라 국내 경제의 주름살을 펴는 첫걸음인 셈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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