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무역, 준비안된 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재철)가 국내 사이버무역분야 주도권 획득을 위해 최근 조직을 정비하는 등 정보화 채비에 분주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걱정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무역협회가 시행해왔던 인터넷 등 정보화 관련사업의 추진과정과 그 결과가 미덥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무역협회는 정부자금까지 투입된 사이버무역사업인 파인드코리아를 파행운영하는가 하면 각종 반(反)사이버적 시책을 남발하고 있어 협회의 정보화마인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본지 5일자 1·5면 참조>

◇정보화마인드 부재=지난 4월 무역협회 자회사인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서 독립한 인터넷무역 전문 e마켓플레이스인 EC플라자(대표 임승택·박인규)의 분사문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그러나 인터넷관련 사업에 관해 기민한 의사결정력이 없던 협회는 이 문제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해를 넘긴 채 인사정리 차원서 거론되던 협회의 EC21 분사건과 함께 일괄 처리했다.

그 결과 국내외 벤처캐피털시장에서 호평을 받던 EC플라자는 시장진입 적기를 놓쳐 분사 이후 지금까지 자금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회의 비뚤어진 정보화마인드는 애꿎은 민간단체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국내 인터넷무역 업체들의 비영리 순수모임인 사이버무역협회는 최근 사단법인 승인신청서를 산자부에 제출한 뒤 곧 이를 철회해야만 했다. 무역협회의 반대의사가 산자부 심의에 반영된 것.

사이버무역협회는 현재 카오스트레이딩, 코리안소스, 수퍼머스, 알리바바 코리아 등 관련업계 주요 업체를 포함, 600여명의 등록회원이 지난해부터 매달 두차례씩 정례 세미나를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순수 민간단체다.

사이버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무역협회는 사이버무역에 관한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싶어 한다』며 민간단체명까지 힘으로 바꾸려는 무역협회의 전근대적 행태를 지적했다.

결국 사이버무역협회는 법인명을 「글로벌커머스협회」로 바꾸고 이달중 산자부에 법인승인을 재요청할 계획이다.

◇행정편의 위주 IT시책=지난 1월 말 무역협회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내 전화국번을 「551」국에서 「6000」국으로 변경하면서 일대 입주업체에 「통신대란」을 야기시켰다.

이에 따라 센터에 입주해 있던 대다수 무역업체는 국번 변경을 요구당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무역업체들이 바이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었다. 센터설립 이래 12년간 사용해 온 전화번호 변경 사유를 이해못한 외국 바이어들은 해당업체의 신용상태를 문제 삼기도 했다.

전화번호의 변경은 곧 일선무역업체의 홈페이지나 웹카탈로그, 수출용 홍보물 등에 표기된 내용의 전면수정을 불러 온다.

국번변경 사태와 관련 무역센터 입주 수출업체의 한 관계자는 『협회의 정보화마인드 수준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였다』고 말했다.

당시 이 업무를 진두지휘했던 무역협회 고위간부는 최근 협회의 IT전문 자회사인 KTNET의 상무이사직으로 영전했다.

◇사이버무역 인력양성 뒷전=무역협회는 「사이버무역 인력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협회소속 인력양성기관인 「무역아카데미」를 통한 인재양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올 한해 무역아카데미 전체 예산액인 30억원 가운데 사이버무역 관련강좌에 책정된 것은 6%도 채 안되는 1억7500만원. 그나마 있던 사이버무역관련 미취업자 대상 과정은 노동부 지원예산이 중단됐다는 이유 등으로 최근 폐강됐다.

이런 가운데 무역아카데미측은 지난 달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벤처창업보육센터」를 2억5000만원의 협회예산을 들여 갖춰 놓았다. 특히 이 센터에 입주한 25개 업체 중 수출유관 벤처기업은 거의 없어 일선 무역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유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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