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의 IMT2000 기술표준 신경전

정부가 차세대 이동통신산업의 성패를 가늠할 IMT2000의 기술표준으로 「복수표준」을 선정하되 선택을 업계 자율에 맡김에 따라 통신장비제조업계 거두인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이 샅바(기술표준)를 밀고 당기는 신경전에 돌입했다.

「동기 단일표준」을 채택해줄 것을 바라는 삼성전자의 입김이 한층 뜨거워지자, 「동기·비동기 복수표준」을 주장하는 LG정보통신이 샅바를 잡아챌 손아귀에 더욱 힘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성 및 수출전망에 대한 이견=비동기식(WCDMA)은 2005년 이후에나 시장이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동기식(cdma2000)은 2002년이면 정착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주장. 특히 비동기식은 사용지역과 에릭슨, 노키아, 루슨트 등 선진업체와의 기술격차를 감안할 때 시스템 부문 수출이 사실상 어렵지만 동기식은 이미 수출해본 경험이 있고 기술도 선진업체와 대등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반면 LG정보통신은 2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 비동기식 망을 선택해 사용하는 국가가 약 120개국(80%)에 이르러 동기식 망을 사용하는 국가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3세대 IMT2000 시장에서도 비동기식이 시장 우위를 점유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정보통신 측은 단말기 수출에서도 앞으로 비동기식(DS) 채택국가가 더욱 많아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되면 동기식(MC)보다 가격이 저렴해져 수출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규격 우열논쟁=삼성전자는 『동기식(cdma2000)은 기존의 CDMA(IS95A, B)가 진화된 기술인데 비해 비동기식(WCDMA)은 유럽형 이동전화(GSM)와 CDMA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기술의 완성도 측면에서 보완사항이 많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두 방식간의 기술적인 우열을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데이터 전송속도, 주파수 사용효율 측면에서 동기식이 비교우위를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LG정보통신은 『비동기식이 무선 접속구간에서 광대역(wideband) 5㎒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파수 효율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기지국에서 단말기로의 다운링크시에도 데이터 용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반발한다. 또 비동기식의 전송속도가 옥외에서 10.8Mbps까지 가능하며 광역측위시스템(GPS)을 이용한 기지국간의 동기가 필요 없어 지하와 같은 장소에서도 기지국 설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동기식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강조한다.

◇서비스 측면의 우월성 시비=삼성전자는 비동기식 단말기가 동기식보다 20% 정도 비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동기식은 부품 국산화율이 낮고 기술 사용료도 비싸며 로밍 구현을 위한 다중모드(CDMA·GSM·WCDMA)를 구현해야 하는 등 가격상승 요인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동기식은 2세대와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 간의 호환 사용을 쉽게 구현할 수 있으나 비동기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LG정보통신은 비동기식을 채택하는 국가와 가입자 수가 많기 때문에 국제 로밍에서 비동기식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동기식 개인 단말기의 SIM(Subscriber Identity Module) 카드에 의한 서비스 이동성 지원 및 체계적 인증이 가능해 향후 집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 같은 가상 서비스가 가능한 VHE(Virtual Home Environment) 등 다양한 서비스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비동기식이 사용자 편익을 최대한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전망=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이 정보통신업계의 IMT2000 기술표준 채택 향배에 예민한 이유는 기술표준에 따라 이동통신시스템 및 장비 시장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술표준이 이동통신 장비사업의 성공과 도태를 결정할 구분점이 될 수도 있다.

동기 단일표준이 IMT2000 사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면 삼성전자가 2세대 CDMA 시장에서 다져온 시장우위를 계속 점유해나갈 것이고 복수표준이 강세를 띠면 LG정보통신의 새판짜기에 힘이 실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통신업계가 자사에게 유리한 기술표준을 채택하도록 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 간 물밑 힘겨루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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