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들이 전전긍긍해왔던 벤처기업으로의 인력유출 문제가 최근 동부전자의 반도체 진출과 기존 소자·장비업체의 사업확장에 따라 동종업체간 인력 스카우트 전쟁으로 번질 전망이다.
반도체업계는 이런 현상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부족인 인력수급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단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스카우트 전쟁 점화
반도체사업을 재개한 동부전자는 올초 현대전자의 구 LG반도체 출신 엔지니어들을 데려갔다가 현대전자와 마찰을 빚었다.
동부전자는 사업추진에 필요한 비메모리반도체 전문가가 절실한 상태였고 현대전자 역시 파운드리사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인력유출에 민감한 상태였다.
현대전자는 동부전자로 간 인력이 극소수인데다 핵심인력이 아니라고 보고 「없었던 일」로 했으나 동부전자가 이달 본격적인 사업전개를 선언하자 자못 긴장하고 있다.
최학송 현대전자 인사담당 이사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업체의 등장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면서 『지금까지 벤처기업을 주시해왔으나 이제 동종업계의 움직임에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전자보다 동부전자의 진출에 긴장하는 회사는 아남반도체다. 패키징부문을 매각해 파운드리사업에 주력하기로 한 이 회사는 동부전자의 인력 스카우트가 자사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동부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엔지니어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옮길 경우 막을 명분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핵심인력의 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 3월에 이어 이달중 임금인상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부전자측은 『꼭 필요한 인력을 제외하고는 무분별한 인력 스카우트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자원부도 기존 반도체업체들의 따가운 눈길을 의식한 듯 『동부전자의 부당한 인력 스카우트를 적극 방지하겠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벤처기업으로 인력이 빠져나감에 따라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설상가상으로 협력업체인 장비·재료업체에서 자사의 핵심인력을 스카우트하자 신경이 곤두섰다.
이 회사는 급기야 얼마 전 『우리 직원들과 개별 접촉해 부당하게 채용하는 것은 곤란하며 인력을 데려가려면 해당 부서장과 협의할 것』이라는 내용의 「경고성」 협조공문을 장비·재료 협력사들에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전망
신설업체의 자제 방침과 기존업체의 인력 단속에도 불구, 올하반기부터 반도체업체간 인력 스카우트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도체 인력이 수요에 비해 10∼20% 정도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업체들은 국내 반도체업체 출신으로 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지에 나가 있는 전문인력들을 데려오려 하나 절대 수가 부족하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신규인력의 채용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의 인사 관계자들은 『최근 미국·일본 등지에 가봐도 IMF의 영향인지 현지 유학생이 예년에 비해 20∼30% 줄어든데다 이들의 관심이 벤처쪽으로 가 있어 사람 뽑기가 무척 힘들어졌다』면서 장기적인 인력난 가중을 우려했다.
전문인력이 없이는 연구개발은 물론 생산조차 하기 힘든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업체들은 저마다 기존 인력을 빼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곧 업체간 「뺏고 빼앗기는」 스카우트 전쟁과 이로 인한 첨예한 갈등으로 번질 전망이다. 반면 반도체 전문인력들의 몸값은 앞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업체들이 스스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서로 부당한 인력 스카우트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협력업체의 소자업체 인력 스카우트 문제도 상호 협의체를 둬 해결하거나 과감한 인력 아웃소싱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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