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폐PC로 환경 비상

컴퓨터, 휴대폰, TV 등의 폐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유독성 물질로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은 환경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현재 급증하는 이들 폐전자제품을 매립식 쓰레기처리장과 소각로에서 마지막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매각되거나 소각되는 폐전자제품이 지하수 오염과 수은, 카드뮴, 다이옥신 등 각종 발암물질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운동가들은 특히 컴퓨터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컴퓨터에는 브라운관(CRT:Cathode-Ray Tubes), 인쇄회로기판(PCB : Printed Circuit Board), 반도체 등 여러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들이 바로 오염물질을 양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RT에 대표적 환경오염물질인 납이 2.2㎏ 이상 들어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환경보호단체(EPA)는 7∼40㎏의 모니터 중 25%가 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컴퓨터와 TV가 양산하는 납의 양이 매립식 쓰레기 전체의 40%를 차지할 만큼 엄청난 실정이다. PC에는 납 말고 다른 유독물질인 카드뮴도 배출되고 있는데 2005년이 되면 이의 양이 900톤이나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외에도 배터리와 스위치에서 나오는 수은은 2005년까지 미 전역에 걸쳐 180톤에 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 크롬은 2005년까지 540톤이나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컴퓨터의 환경오염문제는 컴퓨터의 수명이 갈수록 단축됨에 따라 더 심각해지고 있다.

미 국가안전협회(National Safety Council)에 따르면 일반인의 컴퓨터 보유기간이 94년에는 4∼6년이었는데 10년후인 2004년에는 2∼4년으로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이 되면 폐컴퓨터가 미국서만 약 5억대가 양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카네기멜론대학은 2004년이 되면 약 7000만대의 컴퓨터가 매립식 쓰레기처리장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컴퓨터 등 폐전자제품이 청정환경에 큰 위협이 되자 몇년 전부터 이의 대처방안을 논의해 온 유럽연합은 제조업체의 폐전자제품 처리 의무화 법을 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보다는 늦었지만 미국도 이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제 이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법제정에 대해 업계는 『대체물질이 없으며 기존 생산시설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막대하다』며 이 법안의 적용을 연기시키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유럽 산업단체 「오르갈리레(Orgalile)」는 유럽연합의 제안대로 하면 업계 비용이 180억∼270억달러가 들어간다고 말하고 있다. 유럽 전자업계는 특히 유독물질의 폐지조항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 조항을 없애거나 최소한 연장하기 위한 로비에 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미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마다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미네소타주의 헤네핀카운티는 작년에 주민들로부터 5만대가 넘는 컴퓨터를 재생시켰다. 하지만 매사추세츠는 최근에야 매립식 쓰레기처리 상태에 있는 CRT의 처분을 금지했다.

그리고 뉴저지, 노스캐롤라이나와 다른 주들도 이제서야 전자제품의 쓰레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주정부와 달리 미 컴퓨터업계는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IBM, HP, 인텔 등 5개 제조업체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이미 컴퓨터의 종신 재활용에 대한 경제적 책임을 질 용의가 있다고 전하고 있다. IBM은 이 문제해결을 위한 전담팀을 발족시켜 운영중이며 일부 컴퓨터업체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컴퓨터 회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컴팩은 북미에서만 1년에 20만대의 컴퓨터를 회수하고 있다. 그러나 홈PC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환경운동가들은 『구매가에 유독물질을 제거하는 비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정부와 업계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이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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