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OS 대 자우루스,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지금까지 샤프가 독주해오던 일본 개인휴대단말기(PDA)시장에 미국 팜사의 OS를 채택한 연합 진영들의 제품이 잇따라 출시돼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어 향후 일본 PDA시장의 판도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PDA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팜사는 「오픈 사양」으로 공급하고 있는 팜 OS 시스템이 일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최대업체 샤프를 압박하고 나섰다. 팜 OS가 장착된 PDA 「팜 Vx」는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2개월 만에 주요 가전양판점에서의 판매율에서 샤프의 「자우루스」를 능가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팜 OS는 팜사뿐만 아니라 미국의 핸드스프링, IBM 등 일본에서 PDA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기본 OS로서 채택돼 시장성에서 샤프의 「자우루스」를 능가하고 있다. 핸드스프링은 팜 OS 채택 PDA인 「바이저」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3만엔 이하(2만9800엔)라는 획기적 가격을 실현했고 특히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의 다양한 추가기능을 지니고 있다. 또 IBM은 「워크팻」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이 제품은 팜사의 팜 Vx와 동일한 성능을 가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팜사는 일본 최대의 하이테크기업인 소니가 팜 진영에 합류함으로써 보수적인 일본시장을 장악하는 데 강력한 원군을 얻었다. 소니는 현재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PC엑스포 2000」에서 팜 OS가 장착된 단말기를 선보였다. 올 가을부터 상용화될 예정인 이 PDA는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 판매된다고 소니는 밝혔다. 이번 소니의 팜 OS진영 가입은 브랜드 인지도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기업이 선택한 소프트웨어라는 신뢰성을 얻어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팜사가 세계시장 70%를 잠식할 수 있었던 것은 「오픈시스템」과 「고성능」을 꼽을 수 있다. 팜이 채택하고 있는 오픈시스템 전략은 자사의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을 공개해 외부의 소프트웨어회사가 팜단말기로 작동되는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 회사는 가장 최근에는 소니에 OS를 라이선스 공여했다.
이에 대항하는 샤프는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자사의 독자 OS만을 주장해오던 자세에서 탈피, 팜사와 같은 오픈시스템의 채택으로 시장을 사수하려 하고 있다.
이는 과거 NEC의 PC사업이 DOS진영에 무참히 공격당했던 일을 교훈으로 삼자는 발상이다. MS의 「윈도」가 등장하기 전 일본의 PC시장은 NEC의 독자규격인 PC 98시리즈가 독점하고 있었다. IBM 등이 「DOS/V」라는 공통규격을 책정한 후 NEC의 시장지배력은 급속도로 약화됐다. 이러한 하이테크 산업의 역사속에서 독자사양과 오픈시스템의 경쟁은 오픈시스템 쪽이 승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에 샤프도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분석된다.
샤프는 우선 자우루스 OS의 호환전략을 내놨다. 이 구상은 타사에 OS를 공여해 자우루스의 호환기를 보급, 대응소프트웨어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샤프는 출시한 지 채 반년도 안된 자우루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자우루스 아이겟티 MI-P10」을 14일 전격 출시한다. 이 제품은 인터넷에서 얻어낸 정보가 화면에 표시될 때 이를 가로와 세로로 자유자재 변형할 수 있으며 음악 및 문고검색 기능까지 있어 폭 넓은 수요층의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더불어 샤프는 게임소프트웨어개발 등으로 사용하고 있던 개발툴도 오는 8월 전격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리눅스」의 풍부한 소프트웨어 자산을 자우루스에 이식해 리눅스 사용자를 끌어안겠다는 포석이다. 이러한 일련의 계획들은 샤프가 혼자 힘만으로의 시스템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NTT도코모의 i모드 판매량이 출시 1년 반 만에 1000만대를 돌파하는 등 휴대폰단말기가 개인휴대단말기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샤프의 자우루스는 93년 출시 이후 누적판매 200만대에 그치고 있다. 또 팜 시스템의 거센 도전 역시 샤프의 「독자노선」을 포기하게 만든 이유다.
일본 PDA 시장은 팜 진영과 독자노선을 포기하고 오픈시스템 전략으로 탈바꿈한 샤프간의 일대 격돌로 뜨거운 여름을 맞을 전망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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