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남북방송교류로 영상산업 발전시켜야

이우승 한국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

남북정상회담으로 그동안 대립적이었던 남북관계가 이제 화해와 교류관계로 발전될 전망이다. 이러한 한반도 정세가 변화하는 시대에 국내 방송계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 그리고 위성방송 출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다.

새로운 기술과 매체 도입에 관한 논의가 지금까지 국내 차원에서 진행됐다면 이제는 남북한 협력시대를 준비하는 좀더 큰 틀 속에서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남북 방송교류에 관한 논의는 지금까지 통일을 위한 방송의 역할이라는 차원에서 남북한이 방송을 개방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문화적·정서적」 측면에서 진행돼 왔다. 이는 문화적 차원에서 당위론적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표적인 교류방안으로 거론됐던 것이 남북한 상호 방송개방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의 급변하는 방송영상산업 환경은 남북한 영상교류가 이러한 문화적·민족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다채널시대에 부족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제작비 절감과 같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산업적 측면의 영상교류라고 해서 문화적·민족적인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북한의 영상물 교류 및 제작협력은 그 자체가 상호 신뢰회복과 남북화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송환경은 다매체·다채널 시대가 정착되는 시점에서 여전히 채널 수에 비해 가용 프로그램 용량이 한정돼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외국 프로그램 수입으로 막대한 외화낭비는 물론이고 전반적인 방송문화의 외세 종속화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러한 시점에 북한 방송영상 프로그램의 선별적인 수용과 이용, 북한 영상산업과 연계한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는 국내 방송 시장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방송위원회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먼저 통일원과 방송위원회는 남북교류기금과 방송발전기금을 활용해 남북 방송교류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북한으로부터의 영상물 수입가격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제작협력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방송교류가 활성화되기까지 일정기간 기금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위성방송의 필요성으로 통일지향적 매체라는 점이 지적되돼 왔다. 그랜드컨소시엄 형태의 위성방송사업자는 독점사업이라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따라서 방송위원회는 한민족 공동체채널이나 제3채널 운영 등 통일방송의 의미를 강조하는 의무사항을 사업자에 요구함으로써 위성방송이 단순한 상업적 활용을 떠나서 공익적 의무로 남북교류시대에 걸맞은 민족매체로서의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방송위원회는 북한영상물과 남북 제작협력물을 국내 제작 프로그램비율과 의무외주제작비율에 포함시켜야 한다. 독립제작사나 지상파방송사가 북한과의 제작협력 방식을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 이를 국내 제작 프로그램과 외주제작으로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 북한 영상물도 국내 제작 프로그램으로 인정함으로써 국내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북한 영상물을 편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영상물 수입과 제작협력은 국내 수입업체나 중간업자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저작권 시비가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북한 방송영상물 시사회를 개최하면 현재의 다원화된 수입창구가 단일화되는 효과가 있어 중복수입으로 인한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북한 방송영상물 시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남북한 방송관계자들이 접촉할 수 있을 것이며, 이 자리에서 상호간의 관심사를 교환하고 제작협력에 필요한 신뢰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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