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는 소형가전업계>4회-외부인사영입

『새 술은 새 부대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 바뀌고 기업이나 단체의 수장이 바뀌면 늘상 거론되는 주제다. OEM 납품시대를 지나 자체브랜드(PB) 시대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점에 선 소형가전업계에 이 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새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서는 체질개선이 필요한 것. 물론 그 정점에는 신규 인력수급이라는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버티고 있다.

중소제조업체의 인력수급 어려움은 어제 오늘 대두된 것이 아니지만 소형가전업계에는 더더욱 그 벽이 높다.

소형가전업계에 한 평생을 바친 모 업체 사장은 『기존에 다니던 사람도 슬그머니 나가는 판에 어디서 새로운 인력을 데려오겠는가』라며 『더구나 마케팅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대기업 담당자라도 데려올라치면 임금수준을 놓고 상당한 줄다리기가 오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반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마케팅 경험이 전무한 OEM 업체에 고급 마케팅 인력은 물에 빠진 사람을 살리는 한가닥 지푸라기와 같다. 물론 이미 대기업의 OEM 물량이 대폭 축소되며 한바탕 피바람이 불던 IMF 직후, 대기업에서 중소업체로의 적잖은 인력이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재 소형가전업계의 수장으로 있는 이들 중 이름만 대면 업계 모두가 알 만한 몇몇 인사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서 이적한 이들이 극소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과 올 상반기를 거치며 이뤄진 인력이동은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올해의 트렌드는 대기업이나 외산업체의 마케팅 책임자 혹은 영업 담당자 모셔오기로 요약된다. 사장 인선 수준에 그쳤던 지난 98년과 달리 시장흐름을 넓은 시각에서 읽을 수 있고 빠르게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마케팅 담당자를 스카우트해 오는 것이다. 최근 신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소형 가전업체들은 마케팅 전문가 구하기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매너리즘에 빠진 기존 인력으로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러다가는 헤드헌트 업체에까지 인력 빼오기를 의뢰하는 사태도 빚어질 듯하다.

LG전자에 선풍기와 가습기 등 계절성 가전용품을 공급해온 오성사(http://www.ohsungsa.co.kr)는 올 초 LG전자의 상품기획팀에서 기획 담당자를 모셔왔다. 계절상품에 치중됐던 개발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군을 벗어난 신제품을 기획할 수 있는 인력이 가장 시급했던 것. 오성사는 앞으로도 이같은 인력 끌어오기에 한동안 힘을 쏟을 계획이다.

소형가전업체 우림전자의 판매법인인 카이젤(http://www.kaiser.co.kr)은 지난 3월께 소형가전 외산업체인 필립스코리아에서 영업담당자를 모셔와 서울 영업소 소장으로 앉혔다. 카이젤은 소형가전의 세계적 브랜드인 필립스의 마케팅 노하우를 한 수 배운다는 심정으로 그에게 총괄권한을 맡겼고 기존 마케팅 인력도 보강, 쿠쿠주식회사라는 별도 판매법인을 만든 성광전자와 함께 마케팅 별도 조직을 갖춘 전문 판매법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각종 소형가전 제조업체로 최근 전기압력밥솥 시장에 뛰어든 부방테크론(http://www.bubang.co.kr)도 이같은 움직임에선 예외가 아니다. 부방테크론의 소형가전 제조부문인 리빙사업부는 최근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전기압력밥솥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자사의 소형가전 브랜드 리빙테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LG전자의 전 조리기기 사업팀장을 영입했고 앞으로도 가전 3사의 소형가전 분야 마케팅 담당자들을 추가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전기밥솥 전문제조업체인 마마(http://www.mama.co.kr) 역시 수출과 추가 개발자금 확보 등을 위해 삼성전자의 해외영업부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한편 벤처캐피털 자금 유치를 위해 자금담당 이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소형가전업계에 번지고 있는 마케팅 인력 수혈에 대해 『주먹구구식 영업에 의존하고 있는 소형가전업계의 체질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긍적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들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기 위해서는 기존 인력들의 재배치와 조화로운 협력 및 중소기업에 알맞은 마케팅 방식 개발 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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