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벤처기업의 인수합병...

양승택(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총장)

새 천년이 시작되면서 발표된 미국 최대의 인터넷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최대의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의 합병 소식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라는 것외에 기존 미디어에 새로운 컴퓨터 및 통신기술을 결합시킨 뉴미디어의 디지털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일이었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초래된 디지털혁명시대는 이제 세계 최고·최대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냉혹한 적자생존의 원칙을 광범위하게 적용시키고 있다. 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 진입 등을 위해 기업간 M&A의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 1·4분기 전세계의 M&A규모는 사상 최대인 1조4000억달러를 기록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M&A는 급팽창 추세를 보여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배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M&A는 같은 업종의 차원을 넘어 서로 다른 업종, 그리고 온라인기업과 오프라인기업과의 결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M&A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시대상황을 극복하고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의미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때로는 이질적인 회사간의 합병이 화학적인 융합을 이루지 못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 까다로운 제도의 틀 때문에 막상 M&A를 해놓고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닌 경우가 많다. 현행 제도에서 M&A가 이루어졌을 경우 상장기업은 증권거래법과 공정거래법의 까다로운 요건에 맞춰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외국환관리법 등의 적용도 받아야 하며, M&A에 따른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하는 등 제도적인 제약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아울러 우리의 시각과 정서 또한 기존 대기업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대한 반감으로 M&A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널리 형성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것은 결국 사회 전반의 지나친 감시와 규제를 가져왔다.

이미 세계경제는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의 장으로 변하고 있어 선진 외국에서는 신속하게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사업전략의 하나로 M&A를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도 M&A에 대한 사회와 정부 그리고 기업경영진의 시각과 정서가 바뀌어야 한다. M&A에 대해 경제적 논리보다 정서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기업의 자율적인 M&A 장려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하여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마련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많은 벤처기업들이 성공적인 창업단계를 넘어 성숙단계로 접어들면서 창업자의 경영능력 여부가 회사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단계에 온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에 M&A의 역할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게 한다. 성공한 기업의 창업주가 경영능력이 없어 경영에 실패하면 기껏 성공시킨 회사가 망해 개인이나 회사는 물론 사회적인 손해까지 끼치게 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미국의 시스코와 같은 회사가 존재하여 성공적인 벤처기업을 M&A한다면 창업자와 벤처기업, 그리고 M&A회사 모두가 득이 된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창업, 벤처 활성화에 성공하고 있는 사실은 온 세계가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주시하고 있다. 창업기업의 M&A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는 우리의 이러한 성공적인 창업 활성화에 대한 마지막 화룡점정에 해당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디지털시대에서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황 변화를 예측하여 미리 대응하는 것은 이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M&A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과 M&A에 대한 사회적인 정서를 변화시키는 일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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