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대로 해석하면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때에 맞지 않는 무용지물을 일컫는다.
소형가전업계에서는 이러한 「하로동선」이 오히려 자연스런 일로 여겨진다. 계절상품 위주의 생산라인을 구축해온 소형가전업계는 여름에 가습기와 히터를 만들고 겨울에 선풍기를 만들어 제 계절이 왔을 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계절을 앞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제때에 물건을 충분히 댈 수 없으니 하로동선하지 않고서는 배길 도리가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계절상품 업체인 오성사 관계자는 『계절상품 위주의 품목 구성이 갖는 가장 큰 취약점은 예측 불허의 날씨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해 여름의 날씨가 얼마나 더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상대 예측만 믿고 선풍기 라인을 돌린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큰 일』이라고 지적한다.
뿐만이 아니다. 계절상품 위주의 구성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선풍기는 7월이 넘어가면 시장에서 구경하기 힘들고 히터와 가습기는 3월이 지나면 눈 씻고 찾아도 없다. 결국 연중 판매되는 제품과 달리 해마다 새로운 장사다. 선발업체나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후발업체 모두 그 해에는 시장에서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계절상품에 대한 의존은 매출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한정된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없다 보니 다양한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할 여유가 생길 여지도 없어지게 된다.
이런 까닭에 소형가전업체들은 신상품 개발 및 발굴을 통한 품목다각화를 통해 계절상품 위주의 제품구성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신일산업(http://www.shinil.co.kr)은 MP3플레이어와 김치냉장고 등 그야말로 뜨는 시장에 발을 담궜고 또다른 신규 품목 물색에도 열심이다. 선풍기 업체에서 정보가전 업체로 변신하려는 신일의 노력은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지만 의도는 높이 살 만하다.
LG전자의 OEM 업체로 사세를 키워온 오성사(http://www.ohsungs.co.kr)도 제빵기·물수건제조기라는 틈새상품을 개발한 데 이어 일본 주부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전기튀김기·다용도조리기 등을 개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선풍기와 가습기에서 주방가전으로 서서히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르비앙전자(http://www.rebiang.com) 역시 선풍기 외의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2∼3년 전까지 중산층 가정의 인기품목이던 전기포트를 대체하며 서서히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전기주전자를 개발한 데 이어 다리미와 토스터 등 각종 주방가전으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계절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수익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 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신제품 개발에는 엄청난 개발비와 실패의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어렵게 개발자금을 확보했다 해도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은 제품이라 기술적 접근이 어렵고 시중에 경쟁사가 적거나 없는 틈새를 공략해야 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소형가전의 경우 시장크기가 협소하고 제품군이 다양하지 못한 국내 시장에서 중소업체가 신제품으로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 바이어를 통해 OEM 방식의 수출에 나서거나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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