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가전업체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외산 가전업체들의 거센 도전으로부터 안정적인 성장을 누려 왔었다.
그러나 WTO 체제 출범으로 세계 경제의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하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은 더이상 정부의 그늘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수십년 동안 전속 대리점이라는 체제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면서 유통시장을 장악해 왔지만 최근 대형 할인점과 양판점 그리고 외산 가전업체들의 파상적인 공세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내적인 정비를 통한 경쟁력 강화, 또다른 하나는 외적으로 할인점과 양판점을 통한 판매에 나서거나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나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양적인 팽창으로 세를 유지해 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판매력과 경영능력이 있는 대리점을 집중 육성하는 정예화 방식으로 대리점 정책을 바꿔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000여개의 가전업체들을 확보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이들 2000여개 대리점을 잘만 운영해 나가면 국내 유통망이 없는 외산 가전업체들의 공략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리점 매장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간판교체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등 내부정비에 땀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대리점 사장 100명을 일본으로 파견해 디지털 유통을 견학하고 돌아오는 프로그램을 실시했으며 LG전자도 대리점 사장들의 디지털 마인드 확산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을 중심으로 한 외산 가전업체들의 진출에 대비해온 국내 가전업체들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할인점과 양판점, 전자상거래를 통한 제품판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자사 대리점들의 반발로 인해 할인점이나 양판점에 직접 물건을 공급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이같은 정책에도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양판점들이 물건을 공급받기 위해 메이커를 찾아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으나 최근에는 가전업체 판매담당 임원이 찾아와 잘 팔아달라는 부탁을 하게 될 만큼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
가전업체들이 양판점과 할인점 공략을 강화하는 것은 이들 유통망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경쟁업체 제품 판매 루트가 되는 것은 물론 외산 가전업체들의 유통채널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다.
이밖에 전자상거래를 통한 판매에도 조심스럽게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전자상거래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우전자. 삼성이나 LG와 달리 일찌감치 대리점 유통을 포기한 대우전자는 양판점과 전자상거래를 통한 제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전자는 최근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경쟁사 제품도 판매하는 본격적인 전자상거래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국내 가전업체들은 외산 가전업체들의 공략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일본 등 외국 업체들의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품질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수십년간 구축해온 유통망과 사후관리(AS) 등 외국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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