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IS95C서비스

박재성 정보통신부장(jspark@etnews.co.kr)

최근 정보통신업계의 움직임에는 사사건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이동전화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기업결합이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IMT2000 서비스 기술 표준 도입과 관련해 동기식이냐 비동기식이냐, IS95C 서비스 도입 여부가 그 뒤를 이었다.

먼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기업결합은 국가적으로 보면 구조조정을 통해 중복·과잉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명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될 경우 특정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은 제외하고라도 셀룰러 분야에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허가해줬던 사업자를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그 명분은 빛을 잃었다.

IMT2000 표준 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국내 선후발 사업자는 물론 장비업체, 외국 업체들까지 알게 모르게 가세해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심지어는 사업자나 국민 모두에게 득이될 법한 단말기 보조금 철폐문제 해결에도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업체에 따라 연간 수천억원씩의 보조금을 지급, 경영 악화의 주 요인이 되고 있었지만 주요한 마케팅 수단인 그것을 철폐하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처럼 어려웠다. 결국 그것은 정보통신부가 보조금 실태를 알아차리고 거의 강제적인 방식을 동원함으로써 매듭지워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적극적으로 일을 벌인 측은 선발업체인 강자였고 그것을 방어하는 측은 후발업자인 약자였다는 점이다. 더욱 공교로운 점은 거의 대부분 사안이 강자의 뜻대로 관철돼간다는 점이다.

IS95C 서비스 도입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선발업체인 SK텔레콤이 이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하자 PCS 3사는 즉각 반발했다. 오는 2002년에 IMT2000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데 굳이 업체마다 수천억원씩 들여 현재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IS95C 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2년 남짓 남은 새로운 주파수 대역인 IMT2000 서비스를 위해서도 또 다시 투자할 수밖에 없어 업체들의 부담만 커진다고 주장했다. 또 일반 소비자들은 IS95C 서비스를 받으려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단말기를 영상이 잘 수신될 수 있는 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점도 들었다.

그런데도 굳이 IS95C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현재보다 진보된 서비스를 함으로써 세계적인 기술개발 추세에 뒤지지 않고 또 급증하는 모바일 고속 데이터 처리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툭하면 끊기는 데이터서비스를 개선하고 모바일 콘텐츠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안은 정통부의 손으로 넘겨졌고 정통부는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므로 사업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천명, 또 선발업체가 승리했다.

최근 정보통신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일련의 사건에서 누구의 뜻대로 일이 관철되느냐는 당사자에겐 중요하겠다. 또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일이 결정되는지도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결과가 정보통신산업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 발전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IS95C 서비스 도입은 이제 코 앞으로 닥쳐온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지나치게 소모전을 벌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고속 영상데이터 처리와 그랜드 로밍이 제대로 된다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또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이용할 수 있을지 하는 점에서 보면 명확하지 않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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