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콘텐츠 무단 복제가 이미 「선」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들어서면서 다른 사이트 콘텐츠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도메인업체인 후이즈가 자사에서 운영하는 도메인 관련 콘텐츠를 도용했다며 4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이와 비슷한 법적 분쟁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사이버 공간에서 인터넷 콘텐츠 복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나 정작 이와 관련한 법적인 제재나 저작권에 대한 이해는 터무니없이 부족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부상할 조짐이다.
◇ 어떤 사례가 있나=투어스타트는 최근 SK의 온라인 여행사인 트레블OK를 상대로 130억원에 달하는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SK가 아무런 동의없이 자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 380여 페이지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소송 배경을 밝혔다. 투어스타트측은 1028장의 사진과 381페이지에 달하는 문서 파일을 그대로 베꼈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후이즈도 인터넷 도메인업체인 인터넷프라자 등 4개업체를 상대로 54억8000만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4개 업체 가운데 인터넷프라자를 제외한 3개 업체는 후이즈와 협의한 후 일정선에서 합의를 했지만 인터넷프라자는 후이즈를 맞고소해 관심을 끌었다. 외국에서도 이같은 분쟁 사례가 흔치 않지만 몇 건의 소송 사례가 있다. PC통신에 공중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는 프레나사가 플레이보이사의 동의없이 특정 누드 모델 사진을 올린 플레이보이 대 프레나 사건(1993년)이 대표적이다.
◇어느 정도인가=인터넷이나 전자상거래 업체 사이에 시장 경쟁이 가열되면서 콘텐츠 도용 사례는 공개되지 않았지 찾기만 하면 쉽게 발견할 정도로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용 수법도 점차 대범해지고 치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 링크나 콘텐츠 일부를 편집하는 수준에서 이제는 HTML코드까지 베낄 정도다. 콘텐츠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을 망각하는 등 저작권에 대한 이해없이 도용하는 사례도 많다. 다른 사이트에서 가져온 자료를 그대로 올리고 메인 화면 디자인만 바꾼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인터넷 홈페이지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 행위다. 인터넷에 공개했으니 자유로운 복제가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책 내용이 저작물 보호를 받듯이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제공된 콘텐츠도 당연히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대책은 없나=우선은 인터넷 편리성은 강조하면서 정작 중요한 콘텐츠에 불감증을 보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보를 어렵게 창조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인터넷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네티즌은 물론 업체들 사이에서도 지적재산권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이같은 정보 공유를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등 올바른 인터넷 비즈니스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마디로 인터넷 마인드가 인터넷 비즈니스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노미」 현상이 팽배하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상표권, 인터넷 콘텐츠 등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허술한 법 체계도 이같은 분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과 관련한 법은 지적재산권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보호법 정도다. 하지만 법 조항 자체가 두루뭉실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더라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 판결까지 길게는 3년, 대부분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해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여론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디어나 콘텐츠 자체가 바로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인터넷에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아이디어는 물론 시스템과 콘텐츠, 관련 기술 등 광범위하게 특허를 신청하고 문제 발생시 가처분 신청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 늦기전에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간의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베끼기 관행은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위해서도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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