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집적시설 파행운영 많다

정부의 벤처입지지원 정책에 따라 벤처빌딩 등 벤처집적시설의 설치·운영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집적시설이 당초 설립취지에 맞지 않게 변칙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망 벤처기업의 입주기회가 줄어들고 벤처집적시설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 것으로 우려돼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30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벤처창업 활성화와 벤처집적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벤처집적시설이 5월 현재 서울에만 83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108개에 이를 정도로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벤처집적시설이 급증하는 것과는 달리 사후관리 기능이 약해 단순 임대사업 성격으로 변질되는 등 파행운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강남 K벤처타운의 경우 현재 벤처빌딩내에 벤처기업 및 지원시설과는 전혀 무관한 산후조리원이 입주했는가 하면 기존 유명기업 및 어학회사 등의 영업팀이 본사에서 나와 입주해 있다.

W벤처타운도 한 업체가 단순 사업아이템으로 빌딩의 한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거나 1개 업체가 사내의 몇몇 특정부서를 독립시켜 별도 사명으로 운영, 여러 벤처기업간의 시너지효과 창출이라는 벤처집적시설제도의 도입취지에서 벗어나 특정업체만을 위한 특혜성 분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W벤처타운은 회사를 분리함으로써 벤처기업당 병역특례 인원 배정수를 늘리는 편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벤처집적시설 입주기업 관계자는 『어렵게 입주심사를 통과해 임대료는 물론 기본적인 벤처인프라의 활용을 기대했으나 막상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기존의 임대사무실에 비해 임대평수는 물론 OA 등 인프라면에서 별다른 잇점이 없어 사무실을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파벤처타운의 경우도 최근 현 구청장이 16대 총선에서 당선, 보직을 내놓게 되자 입주기업에 사전통고도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벤처타운을 내년 8월을 기한으로 폐소하기로 일방적으로 결정, 입주업체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보통신부로부터 입주업체 지원자금으로 유치된 5억여원의 지원금 사용여부를 놓고 구청측과 업체측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관악구청의 한 관계자는 『벤처집적시설의 지정과 세제상 혜택이 자칫 단순 임대사업자의 잇속만을 채우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단순한 서면보고에 의한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정부도 인원과 재원확보를 통한 정기적인 운영실사제를 확립해 운영실태를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은 건축주들이 벤처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관계기간이 지정시설에 대해 각종 혜택만 주고 사후관리를 소홀히 하는 때문』이라며 『입지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생 벤처기업에 공간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관련기업간 협력을 도모하자는 명분을 살릴 수 있도록 벤처집적시설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벤처집적시설은 벤처기업특별법에 따라 △3층 이상의 건물에 1500㎡ 이상의 연면적을 확보하고 △6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입주해야 하며 △벤처기업 입주공간이 50% 이상에 달하는 동시에 △벤처기업 지원시설을 포함한 벤처기업 입주공간이 연면적의 75% 이상인 건물을 지정해 △취득세·등록세 면제 △재산세·종합토지세 50% 경감 △교통유발부담금·과밀분담금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로 지정은 시·도지사가, 관리감독은 관할구청이 맡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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