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황금알은 무엇일까.」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스플레이업계의 관심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장치에 집중되고 있다.
업계의 궁금증은 과연 어떤 평판디스플레이장치가 2000년대를 이끌어갈 것이냐다. 후보군으로는 이미 정상궤도에 오른 액정표시장치(LCD)를 비롯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유기EL·전계방출디스플레이(FED) 등이 올라 있다.
최근 상용화 움직임이 본격화한 이들 평판디스플레이의 최신 개발동향과 시장전망을 부문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주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국제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SID 2000」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쇼케이스(DTS). 동일한 조건에서 각종 디스플레이를 비교하는 이 행사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은 곳은 TV수신용 디스플레이 진열대다.
샤프의 LCD TV, 플라즈마코와 파이어니어의 PDP가 선보인 이 자리에서 관람객들은 브라운관(CRT)의 미래를 봤다.
특히 관람객들은 미식축구 경기를 보는 관객 하나 하나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PDP를 보며 앞으로 대형TV의 주력이 될 것임을 확인하는 눈치였다. 해상도는 물론 휘도에서도 기존 CRT TV를 압도하는 PDP는 TV의 미래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렇지만 관람객들은 제품사양을 보고 실망의 눈빛을 나타냈다.
50인치 TV의 전력 소모량은 500W, 60인치 제품은 780W에 달했다. 예전에 비해 낮아지기는 했으나 100W대인 CRT 수준에 이르려면 갈 길이 멀었다.
가격도 문제다. 플라즈마코와 파이어니어는 가격을 밝히지 않았으나 예상 판매가격은 800만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1000만원을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내려가기는 했으나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디스플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PDP가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하려면 1인치당 1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PDP는 해마다 거듭되는 성능개선에도 불구하고 제조원가의 절감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셈이다. PDP의 제조원가를 낮추기 힘든 것은 비싼 부품과 재료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 소모량이 많고 온도도 높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부품과 소재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고전압 구동(드라이버) IC와 같은 부품이나 격벽층을 만들 때 쓰는 이산화납글라스와 같은 소재들이다.
이들 부품·소재를 만드는 회사는 극히 적어 값이 비싸고 따라서 제조원가를 낮추기 힘들다. PDP의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부품과 재료비의 비중은 70∼80%로 다른 디스플레이장치에 비해 40∼50%나 높은 편이다.
또 PDP는 회로설계와 공정기술이 까다로워 부품과 재료의 가격이 하락한다 해도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에는 적잖은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물론 대량생산체제에 들어서면 제조원가는 하락하기 마련이어서 어떻게 보면 시장이 조기에 형성될 경우 문제 해결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를 돌아본 한 국내 부품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PDP 제조업체들에서 활발했던 관련기술 개발 움직임이 올들어 부품·소재업체들로 확산되고 있다는 인상』이라며 『1∼2년 안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전문가들도 PDP시장의 조기형성 가능성을 높게 본다.
PDP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일본의 시지오 미코시바 교수는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 어려움이 많으나 PDP시장은 초기 공항·역·쇼핑몰 등의 비즈니스용으로 시작해 점차 가정용으로 확산, 2003년께 300만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점쳤다.
2000년 PDP업체들은 새로운 황금알을 낳기 위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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