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 폐지>(중)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

이동전화단말기 사업자들이 판촉을 위해 대리점에 제공하던 보조금을 철폐하면서 가장 커다란 영향을 받는 곳은 제조업체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이번 조치에 따른 단말기 가격인상효과로 올 단말기 구매 및 대체 규모가 당초 예상의 60∼70% 수준에 불과한 1000만대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이동전화업체들의 매출을 사이좋게 양분했던 내수와 수출 양쪽의 균형을 수출쪽으로 몰아가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출시장에서 국내업체간 과도한 경쟁도 우려되지 않는 바 아니다. 내수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해 뒤늦게 수출시장에 참여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의 활로가 막막해졌다. 당초 1500만대 수준으로 내수시장을 예상했던 제조업체들에는 당장 남아도는 부품의 소화도 문제려니와 영업전략의 커다란 골격을 바꾸어야만 하게 됐다.

보조금 철폐는 소비자 구매패턴을 브랜드 위주의 제품선택으로 끌어내면서 고가제품 위주의 이동전화 단말기시장을 형성시키게 되리란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제조업계의 판도변화까지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영향=이번 정통부의 결정은 SK텔레콤과 신세기이동통신 합병이후 지난 22일부터 5월분 셀룰러폰(011, 017) 납품을 못하게 된 제조업체에 설상가상의 충격을 주고 있다. 가뜩이나 SK텔레콤과 신세기이동통신의 합병에 따른 시장점유율 줄이기 움직임으로 시장위축을 고민하던 업체는 이번 조치로 더욱 버티기 힘들어졌다. 이번 조치의 단기적 영향으로는 부품 소화문제에서부터 삐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업체들이 단말기매출 호조를 바탕으로 2∼3개월씩 앞당겨 왔던 부품을 소화하지 못하고 재고누적으로 이어져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SK텔레콤과 신세기이동통신은 지난 22일부터 1주일 단위로 단말기구입을 중단, 대기업과 SK텔레텍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매출은 사실상 끊어진 상태다. 여기에 단말기 보조금 폐지로 인한 매출부진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각 사의 영업전략 전환은 불가피할 것같다.

◇영업전략의 변화=20만∼30만원대에 달하는 단말기보조금의 철폐로 당장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선발기업들은 영업전략의 방향을 제품의 고급화쪽으로 잡아가고 있다. 가격인상 효과에 따라 단말기 교체주기가 길어지는 만큼 단말기 고급화 전략이 먹혀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금까지 보조금 수준의 제품가격을 제외하면 거의 무료였던 후발 중소단말기 제조업체들의 입지위축으로 설명된다.

더욱이 모토로라의 우산밑에 있는 중소기업은 그나마 브랜드의 지명도에 따라 나름대로 버티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용역을 통해 서서히 내수시장에 진입할 꿈을 꾸고 있는 후발 중소기업들의 입지는 사실상 벼랑끝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또 대기업 중심의 제품 고급화는 소비주기를 길어지게 하면서 중소 단말기업체에 돌아오던 설계용역 및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물량 감소를 가져오게 된다. 중소기업의 일감부족은 결국 줄도산으로 이어지리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 줄이기에 따른 셀룰러폰 물량축소로 중소 제조업체의 PCS사업자 대상 영업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들의 입지위축이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가속화 및 업계 구조조정=내수시장의 부진전망에 따라 업체들은 눈을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단말기 수출은 지난해 45억달러 수준에 이어 올해는 최소한 60억달러 수준을 낙관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대로 해외시장 개척시 과열경쟁에 따른 폐해도 적지 않아 우려감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97년말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개척에 처음 나선 이후 해외시장에서 상대편 물량 가로채기 등 과당경쟁에 다른 폐해가 수출가격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속출시켰다.

제조업체들이 내수시장의 부진을 수출로 타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내업체들간 과당 경쟁을 막을 수 있는 정책적 조정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출시장에 대규모 영업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대기업은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한화정보통신 정도로 중소기업의 위기감은 크다.

그리고 이는 대기업 위주의 이동전화시장 구조재편을 가속화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중소기업의 몰락을 재촉하게 되는 중대전환점이 될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통신단말기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에는 시장주도의 기회가, 중소벤처업체에 일대 위기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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