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산업의 발전은 메모리반도체산업의 발전에 비유된다.
맨손으로 황무지를 개척해 옥토로 바꾼 것이나 일본 업체들의 거센 견제를 뚫고 정상에 오른 점 등 두 산업은 유사한 점이 많다. 이 때문에 국내 TFT LCD산업은 제2의 반도체 신화로 불린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18.8%와 16.5%로 1, 2등을 나란히 차지했다. 히타치·샤프·NEC 등 3위권 업체들과는 6%포인트 이상 격차를 두고 있다.
여기에 현대전자의 점유율까지 포함하면 국내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이 정도 수치도 일본업체의 시장점유율에는 뒤진다. 그렇지만 빠른 시장잠식 속도를 감안하면 이르면 올해 안에 점유율 40%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추세라면 2, 3년 안에 한국이 세계 1위의 TFT LCD 생산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내 TFT LCD산업의 발전은 지난 80년대 후반이후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의 결과다.
정부는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과 G7과제 등에 적극 지원해 TFT LCD에 대한 기초 연구를 활성화했으며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삼성전자는 노트북용 TFT LCD시장을 장악했으며 LG필립스LCD는 15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년 연속 1위며 LG필립스LCD는 불과 1년만에 5위에서 2위로 도약하는 성가를 올렸다.
삼성전자의 경우 불과 5년만에 누계 생산량 1000만개를 돌파해 2, 3년 앞서 일찍 시장에 참여한 일본업체들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를 올렸다.
TFT LCD는 반도체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이다. 대형 고화질 제품의 경우 소형 자동차 1대와 맞먹는다.
반도체산업에 이어 TFT LCD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내 TFT LCD산업의 미래가 장밋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 업체들이 1위 탈환을 위해 대대적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대만업체들도 일본업체로부터 기술을 받아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이미 일부 품목에서는 경쟁격화에 따른 가격하락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국내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경쟁국 업체들이 당장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양산능력과 관련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TFT LCD업체들은 앞으로도 1, 2위의 자리를 지켜간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최근 LG필립스LCD가 4세대 라인 가동 준비에 이어 업계에서는 처음 5세대 라인 규격을 확정해 투자를 추진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 4세대 라인을 본격 가동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한다는 전략이다.
IDC·디스플레이서치 등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TFT LCD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25% 이상 성장한 2800만∼2900만개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오는 2006년에는 1억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의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다양화하고 고부가가치 응용제품을 적극 개발해 경쟁사와 차별화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특히 「와이즈뷰」라는 브랜드를 도입할 정도로 월드베스트 제품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을 내비치고 있다.
LG필립스LCD는 모니터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모니터용 15.7인치 등 경쟁사에는 없는 규격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거머쥔다는 방침이다. 또 2001년 이후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LCD TV 등 신규 응용제품 시장도 적극 발굴해 3위 업체와의 격차를 넓히는 한편 내친김에 1위 등극도 노리고 있다.
두 업체에 비해 시장점유율은 낮으나 현대전자도 최근 TFT LCD 사업부문을 분사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연구개발과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TFT LCD업체들의 과제는 일본업체에 비해 낮은 원천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내 TFT LCD 3사는 대학·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활성화하는 한편 국내 협력사와 공동으로 핵심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계획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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