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디스플레이장치는 CRT(Cathod Ray Tube)다. 음극선관 혹은 브라운관이라고도 불리는 CRT는 전기신호를 전자빔으로 형광면에 쏘아 광학상으로 변환해 표시하는 장치를 말한다. 컬러TV나 PC모니터에 쓰인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번씩 CRT를 마주하는 사람들도 세계 CRT 시장을 한국업체들이 휩쓸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삼성SDI·LG전자·오리온전기 등 국내 CRT3사가 연간 2억6000만개에 이르는 세계 시장을 35% 이상 점유해 일본 업체와 함께 세계인들의 눈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는 해외 생산량을 포함해 연간 5700만개의 CRT를 생산, 22%의 점유율로 세계 1위며 LG전자·오리온전기도 각각 2900만개, 870만개로 11%와 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사로는 소니·마쓰시타 등 일본업체와 일부 유럽업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업체가 있다.
국내 업체들은 선진업체와 대형 CRT 분야에서, 중국업체와는 소형 CRT 분야에서 각각 경합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같은 평판디스플레이 등장으로 CRT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세계 디스플레이장치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나온 평판디스플레이 가운데 CRT만큼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화질이 우수한 디스플레이장치는 아직 없다.
또 대체 디스플레이장치가 등장한다고 해도 CRT의 생명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흑백TV나 모니터를 쓰는 나라도 있으며 소형 CRT만 보급돼 시장 개척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CRT는 적어도 향후 10년 이상 주력 디스플레이로 남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올해 CRT시장 전망은 밝다. 전반적인 세계 경기 회복과 인터넷 보급 확산에 따른 수요확대로 컬러TV와 모니터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CPT시장의 경우 대형 및 초대형 제품에 대한 수요확대와 디지털방송에 따른 광폭(와이드)제품의 수요증가로 지난해에 비해 3∼5%신장될 전망이다.
특히 평면 CPT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2000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여 CRT업체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떠올랐다.
CDT시장은 데스크톱 수요 증가와 멀티미디어 요구 확대에 따른 대형화 추세로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1억2000만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내업체들은 바로 이 CDT시장에서 약진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는 일본업체들의 가격경쟁력 약화와 생산감소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국내 CRT업체들은 올해 국내 생산라인을 CPT에서 CDT로 전환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CRT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강자로 남으려면 평면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마쓰시타·소니·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도 한국업체에 빼앗긴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평면 CRT 생산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국내 CRT업체들은 일본업체와의 경쟁에 대응하는 것 이외에도 TFT LCD, 유기EL, 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평면제품을 집중 육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CRT 3사는 올해 국내 공장의 평면 CRT 능력을 지난해에 비해 3배 정도 늘어난 700만∼800만개로 확대하고 생산비중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또 전장 길이를 혁신적으로 단축한 CRT를 개발해 일본업체와의 경쟁은 물론 대만·중국 등 도전자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유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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