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정보화미래기업 보고서」는 84년부터 5년간 미국 MIT대학의 슬론(Sloan) 경영대학원 연구진들과 10개의 민간기업 및 미 육군·국세청 등의 정부기관이 산학협력으로 진행했던 「The Management in the 1990s Research Program」의 최종 보고서를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이다. 91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이 미래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입체적 분석과 실무처방을 담고 있으며 조직과 정보화 전략의 함수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보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책을 「미국이 80년대 초반의 경제위기를 딛고 90년대 신경제 부흥을 이루고, 나아가 21세기 디지털 지식경제시대를 주도해 나갈 수 있게 한 핵심 전략서」로 손꼽고 있을 정도다.
특히 미국에 비해 정보화의 출발이나 단계가 늦은 우리의 상황을 감안하면 얻을 것이 많고 되씹어볼 반면교사의 내용이 많다. 우리나라의 정보화는 8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으며 이 시기는 「MIT정보화미래기업 보고서」가 쓰여진 당시와 일치한다. 기나긴 정보화의 수면에서 깨어나 본격적으로 경영정보시스템·전략정보시스템·정보전략계획 등에 대해 눈을 뜬 지 채 10년도 안돼 인터넷 비즈니스 혁명의 소용돌이에 빨려들고 있다. 인터넷 인구가 1400만명을 넘었고 전국적인 초고속망을 구축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기업 및 정부 조직의 정보화는 아직도 미국의 80년대 후반 수준이다. 단순한 컴퓨터의 도입활용이 아닌 조직의 전략과 정보화의 연계, 조직구성원들의 의식과 업무습관 및 문화, 조직의 업무처리 프로세스의 최적화, 지식자산의 공유와 활용 등 실제 내부정보화 수준은 아직도 열악하다.
이런 측면에서 연구시기가 10년이 넘었다고는 하나 그동안 정보화에 뒤져있던 우리 기업에는 이 책의 내용이 정보화의 체계적 실현을 위한 길잡이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의 기업들이 겪은 온갖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살피면서 차세대 정보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경험과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연구서는 정보기술에 대한 기술적 연구라기보다는 새로운 기술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업무처리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정보기술이 사회 내에 존재하는 주요 조직들의 구성방식과 미래기업의 경쟁 및 협력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연구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책은 정보기술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으로 기술적 혁신, 사용자의 역할 증대, 조직구조의 변화, 경영관리 과정의 변화,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전략의 등장 등 5가지를 들고 있다. 또 새로운 정보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과거와는 다른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 커뮤니케이션과 사업방식, 생활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정보기술이 생산성이나 수익성 증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실정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이윤이 없는 이유를 역사적 흐름에서 찾으면서 특정경영 방식으로 운영돼온 조직이 혁신적 문화를 수용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환경변화에 보다 잘 적응하는 조직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정보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첫 단계라는 것이다.
또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미국 학계와 산업계의 진지한 공동연구 노력이다. 80년대 미국이 일본의 추격 속에 경제위기에 직면했을 때 학계와 산업계의 대표들이 서로 진지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던 대표적 연구를 접하면서 우리 산학연구의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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