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의 데이트 이문셉니다. 오늘도 쾌청한 하루….」
코스닥 등록 업체인 버추얼텍은 회의시간마다 라디오를 켜놓는다. 중요회의 때마다 관련 정보들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나면 거의 실시간으로 증권 관련 사이트에 회의내용이 올라와 곤혹을 치르기 일쑤였다. 심지어 일부 경영진만 알고 있는 정보들까지 새어나가자 거금(?)을 들여 도청 테스트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테스트 결과 전파를 쏴 음성을 인식하는 첨단의 도청장비를 이용해 정보를 빼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심 끝에 회의시간마다 라디오를 켜놓기로 한 것.
덕분에 회의시간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지만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이같은 일은 비단 버추얼텍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회사 외에도 몇몇 IT업체들이 정보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기술로 먹고 사는 IT업체의 정보 유출은 해당 업체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현재로선 묘안이 없어 보인다.
내부자를 통해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최근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증권 관련 사이트를 통해 내부정보가 게재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에 무차별적으로 기업정보가 올라 이러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정 업체의 정보를 미리 알아내 주식을 사뒀다가 일정 시점이 되면 증권 관련 사이트에 정보를 공개해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얌체(?)들의 이야기도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업체 관계자는 『한 유명 증권 사이트에 우리회사의 비밀정보가 통째로 올라 내외부적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고 혀를 내두른다.
「정보가 곧 돈」인 증권시장에서는 본래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넘쳐나기 마련. 하지만 도청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빼내 인터넷에 유출시키는 작금의 사태는 IT시대의 신종 범죄인 셈이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아날로그 시대나 디지털 시대나 달라지지 않는 속성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더욱 치밀해지고 대담해졌다는 것이 디지털 시대의 발전된 모습이랄까.
<디지털경제부·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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