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게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그 두 배인 2억 달러 돌파도 무난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불과 2년 전인 98년의 수출액이 고작 1500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신장세가 아닐 수 없다.
수출 2억 달러 전망이 나온 것은 지난 15일 미국 LA에서 폐막된 세계 최대규모 게임전시회 「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E3)」에서 국내 참가업체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임종합지원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5일 동안 열린 E3에서 게임파크 등 국내 24개 출품기업들이 올린 수출상담 실적은 1억 달러가 넘었다. 뿐만 아니라 판타그램 등 또 다른 기업들이 이에 앞서 기록한 실적금액이나 예상금액의 합계가 1억 달러를 웃돌고 있어 총수출액 2억 달러 돌파는 무난하다는 것이다.
정체를 거듭하던 국내 게임산업이 이 같은 신장세를 보이는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음미해 볼 만한 일이다. 게임산업의 신장 배경으로는 우선 세계적인 수준의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기업들의 모험적 노력과 함께 고위험을 무릅쓰고 제품 개발의 물적 토대가 된 벤처캐피털을 들 수 있겠다. 또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인터넷의 보급확산 및 PC게임방 열풍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게임은 일반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와 함께 우수한 두뇌 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돼 왔다. 게임은 그러나 간접비용 부담이 높은 일반 소프트웨어와 달리 직접투자 비율이 높아 투자위험도가 그 어느 분야보다 높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한 전문가의 지적대로 『1억원의 개발비로는 1000만원의 수익을 내기도 힘들지만 10억원의 개발비로는 100억원의 수익을 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게임산업이다. 게다가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데다 영화·비디오·유통을 담당하는 2차 시장이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투자 회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게임을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몇 년 전까지도 국내에서는 대규모 개발비용이 소요되는 본격적인 게임 개발을 등한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적은 비용으로 적은 수익만을 내겠다는 게임업계의 관행을 바꿔놓은 것이 바로 벤처캐피털의 집중 유입이라는 논리는 그래서 설득력을 더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게임업계에는 작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의 국내외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정부도 게임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종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재단법인 게임종합지원센터 등은 그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PC게임방 열풍에 이어 여러 개의 게임 프로리그 출범과 케이블TV 등 매체에서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임 분야의 수출신장세는 자금·개발의지·정책지원·시장환경 등 4박자가 맞아떨어져 나온 결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 가지 과제를 보완했더라면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다는 점인데, 그것은 고위험성을 상쇄시킬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의 마련과 내수시장의 유통질서 확립 등이라 하겠다. 이 같은 과제의 해결 여부는 앞으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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