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L&H CEO 게스톤

지난 3월 말 하나의 합병 소식이 세계 IT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바로 벨기에의 L&H와 미 음성인식 전문업체 드래건과의 「하나됨」이다. 전세계 40여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L&H는 음성인식 기술에 관한 한 IBM·필립스 등과 더불어 세계 정상에 서있는 업체다. 「인간적인 기계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인 게스턴씨와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

-한국 언론과는 처음으로 e메일 인터뷰를 하는데 한국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이런 기회를 갖게 돼 개인적으로도 영광입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공급하고 있는 중요한 교두보입니다. 이미 L&H는 한국의 여러 회사들과 긴밀한 제휴 및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우리의 고객 중 하나인 한빛은행은 L&H가 한국 최초로 상용화한 음성인식 자동교환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하루에 10만회 이상의 전화통화 처리를 가능케 합니다.

또 한국증권전산(KOSCOM)도 중요한 고객 중 하나입니다. L&H는 KOSCOM에 자동 증권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고객들이 전화를 걸었을 때 (주식의 고유 코드번호를 찾을 필요없이) 종목명을 음성으로 말함으로써 주가를 검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사용자들은 전화의 키패드(keypad)를 사용해 주식을 사고 팔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들이 실시간 주식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 또는 PC를 통한 인터넷 주식거래에 의존할 필요없이 전화로 언제나 주식거래를 가능하도록 합니다.

텔레포니 분야에서 우리는 서울지역 기반의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 선두업체인 흥창과 다년간의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흥창은 화자인증 및 예약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L&H의 기술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또한 한국에 여러 조인트 벤처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SABAN엔터테인먼트(폭스월드와이드의 자회사), K베스트, Zen엔터테인먼트와 공동 투자한 나이트스콤미디어(NSM)가 그 예입니다. 이 조인트벤처는 엔터테인먼트 제품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L&H의 음성기술은 NSM이 제공하는 제품에 적용될 것입니다.

-L&H의 최대 경쟁자는 누구입니까.

▲우리는 음성 및 언어 시장의 특정부문별로 다양한 경쟁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AT&T·루슨트·IBM·스피치웍스·누안스 등의 업체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첨단 음성언어 시장의 어느 특정분야에서만 활동합니다. 오직 L&H만이 음성 및 언어 기술의 4가지 핵심분야에 대한 토털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즉 Speech to Speech(음성 및 음악 압축, 화자인증), Speech to Text(음성인식), Text to Speech, Text to Text(자동기계번역) 등이 그 예지요.

-지난 3월 L&H와 드래건의 합병 소식으로 세계 IT업계가 술렁거렸습니다. 합병 배경은 무엇입니까.

▲세계 음성언어 시장은 도약기를 맞고 있습니다. 우리는 핸드헬드(handheld)·WAP·무선 환경으로의 변화 등에서 그리고 의료 및 보험 분야에서 많은 사업기회가 있음을 인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경험이 많은 연구원·개발자·언어학자들이 필요합니다. 드래건은 훌륭한 음성엔진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인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우리가 올해에 개발할 계획인 언어들(스웨덴어·일본어·이탈리아어)의 대용량 어휘엔진을 이미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래건의 본사가 L&H 미국 사업본부와 근접해 있어 통합이 매우 용이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및 인텔과는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까.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모두 L&H의 투자자들입니다. 그리고 공동 연구개발, 공동 마케팅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과 강력한 유대를 맺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분야로 음성 및 언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공동의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내달에 발표될 MS의 차세대 윈도 전략인 NGWS와 L&H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언급했다시피 그들은 L&H의 핵심 투자자입니다. 또한 L&H는 다가올 마이크로소프트의 SAPI(Speech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5.0 채택을 주도할 것이라는 내용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음성기술 솔루션의 개발자 및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약속하에 L&H는 마이크로소프트 SAPI 5.0을 위한 다국어 음성인식(ASR), 음성합성(TTS)엔진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PC 및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 의해 폭넓게 사용되는 L&H ASR1600 자동 음성인식엔진과 TTS3000 음성합성엔진도 SAPI 5.0에 다국어로 지원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업데이트 사이트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는데 그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은 L&H의 번역창 링크를 통해 문서를 주요 유럽어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로서 우리는 그들의 차기 출시제품에 관한 내용을 말할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의 L&H 전략은 무엇입니까.

▲인하우스 솔루션의 개발, 파트너 및 조인트벤처의 설립을 통해 첨단 음성언어 기술이 보다 널리 이용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주요 분야는 텔레포니, 은행 및 금융, 인터넷 포털, 임베디드 시장입니다.

지역적으로 아시아·태평양은 효율성은 높고 사용이 편리하면서도 비용이 낮은 기술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사실상 한국은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L&H는 각 나라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그 솔루션들을 각 지역에 맞게 바꾸거나 국제화시키는 강력한 팀을 한국 내에 구성함으로써 L&H가 아시아·태평양 시장으로 발판을 어떻게 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L&H는 광범위한 언어로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되는 여러 엔진 및 솔루션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L&H의 솔루션과 기술을 중심으로 우리는 한국의 고객들과 파트너들에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할 것입니다.

-최고경영자로서 L&H의 비전을 설명해주십시오.

▲한 문장으로 말하면 「기계적인 사람보다 인간적인 기계(기계에 익숙한 사람보다 인간에 가까운 기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편한 기술을 만들어 냄으로써 모든 이들이 전문가의 도움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음성인식 전문업체로서 L&H가 인류에 기여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사용의 용이성이죠.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제품들도 점점 작아지고 기능들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을 생각해 보면 많은 디지털 제품들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인터페이스 제품들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데 불편이 따릅니다. 휴대폰을 예로 들어보죠. WAP이 가능한 휴대폰의 키패드를 사용하면 웹에 접속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불편합니다. 만약 휴대폰을 이용해 아마존에서 어떤 것을 주문하려고 한다면, a를 위해 2번, m을 위해 6번, a를 위해 2번, z를 위해 9번을 4번이나 눌러야 합니다. 정말 불편한 일이죠.

만약 여러분이 음성으로 「아마존」 「인공지능과 관련한 책들」이라고 말함으로써 그 책들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우리는 인터넷의 증가, 텔레포니의 변화, 컴퓨터 영향력의 증가와 함께 이미 첨단 음성기술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ITI(Internet Telephony Integration)라 불리는 인터넷과 텔레포니 사이의 통합이 증가함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곧 현재 PC를 사용하는 것처럼 휴대폰이나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s)를 통해 웹에 접속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과 함께 사용자들은 음성과 같은 좀더 쉬운 인터페이스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에게 온 e메일을 작은 스크린을 통해 읽는 것보다 말로 직접 전해준다면 훨씬 쉽겠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인터넷 사용이 증가하는 것을 볼 때 다국어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며 L&H는 바로 그것을 도울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해서도 L&H는 실독증에 걸린 이들이나 기계를 다루는 데 시각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L&H는 조 런아웃(Jo Lernout)과 폴 하우스피(Pol Hauspie)가 87년 벨기에에서 설립한 세계적 음성인식 전문업체다. 이 회사는 현재 자동화된 음성타자, 기계어 번역, 음성압축, 음성합성 등의 서비스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기계와 사람 간의 대화다. 즉 사람이 자동차에 말을 걸 뿐만 아니라 외국어로 된 e메일을 자동으로 번역하고 아울러 키보드에 손댈 필요없이 음성 명령으로 인터넷을 항해하는 것 등이다.

L&H는 벨기에 본사 외에 한국을 포함해 유럽·아시아·중동·북미·남미 등 전세계 40여개국에 걸쳐 현지 독립법인 및 사무소를 두고 있다. L&H코리아는 지난 99년 9월에 발족됐다. L&H는 또 세계적으로 1800명이 넘는 언어 및 기술 전문가를 포함해 약 2500명의 직원들을 두고 있다.

L&H의 제품과 서비스는 크게 네가지 영역으로 즉 음성인식(ASR), 음성합성(TTS), 디지털 음성 및 음악압축(SMC), 번역(translation)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인텔·에릭슨 등 세계적 업체들과 현재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으며 작년에 3억44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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