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정통신업계가 겪고 있는 최악의 경영침체 상황은 내부적으로 자초한 측면이 무엇보다 강하다.
사업권을 따내자마자 국제전화 주력의 1호 사업자들은 전화료를 터무니없이 내리기 시작했으며 이는 다른 업체들까지 수익선 밑으로 서비스 가격을 내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또 별정통신 등록업체 중 가장 두꺼운 층을 형성하고 있는 호집중 및 재과금 2호 사업자들도 업체 난립과 혼탁한 시장경쟁을 그대로 답습하고 말았다. 이른바 「자중지란」이었던 것이다.
물론 별정통신의 국제전화 가격인하 경쟁은 국민의 통신서비스 이용환경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기간통신사업자의 독점적 시장환경에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정통신업계 내부적으로는 사업을 위해 투자한 장비나 국제회선료 등 고정비용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국제전화료는 결국 수익성 악화와 장기적자를 부르는 화근이 되고 말았다.
또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급성장하고 있는 다이얼패드 등 무료 국제전화와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시장의 확대는 별정통신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겼다. 최근들어서는 인터넷회선 등을 이용한 무료 공중전화까지 보급되고 시중에 설치되는 상황이어서 별정통신업계가 받는 타격도 무시못할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무료 인터넷전화와 VoIP서비스가 완전한 품질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시장경쟁에서 분명히 별정통신업계의 목을 죄는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한 현실이다.
이렇듯 별정업계 내외부에서 진행되는 상황도 상황이지만 기간통신의 무차별적인 공격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별정업계의 허약한 경쟁력도 상황 악화를 부채질했다.
당초 별정통신서비스의 등장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갖지 못한 민첩함과 재빠른 시장대응력으로 틈새시장을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특히 국제전화나 시외전화를 많이 이용하는 일반소비자나 소규모업체들에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틈새전략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받은 것이다.
하지만 별정통신의 등장에 한국통신·데이콤·하나로통신 등 기간통신사업자들도 빠르게 국제전화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으며 지난 4월부터는 선진 16개국과의 국제전화정산제마저 폐지됨으로써 기간통신사업자들은 별정통신의 마지노선까지 허물어뜨리며 시장공략에 나설수 있게 됐다. 이것이 곧 별정통신업체의 경쟁력 및 수지 악화라는 필연적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업초기부터 구조조정 및 업체간 인수합병(M&A)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나 전략을 세워놓지 않은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장비를 들여오고 해외노드를 구축한 경영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만 된다하면 달려들어 업체부터 세워놓고 시장물만 흐려놓는 냄비근성은 별정통신업계의 문제를 고질병으로 악화시킨 중요한 원인이 됐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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