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국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유독 안정기업체들은 뒤늦게 찾아온 IMF 여파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안정기 시장이 IMF 당시보다 오히려 최근 들어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은 이 시장의 경기 사이클이 건설경기를 1∼2년의 시차를 두고 쫓고 있기 때문.
안정기업체 관계자는 『작년이나 재작년쯤 시공에 들어간 건물의 안정기 발주가 지금쯤 이뤄지는데 당시는 IMF 상황이어서 신축은 고사하고 짓던 건물의 공사도 중단한 경우가 많았다』며 『안정기업계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IMF를 맞게 된 셈』이라고 우려했다.
안정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안정기업체들은 납품 단가 하락과 매출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들어 C사·D사 등과 같은 주요 업체들이 안정기 납품 가격을 9000원선(32W 1등용 기준)에서 7000원선으로 큰 폭으로 낮추었다. P사 등과 같은 후발업체들도 선발업체들의 가격인하 공세에 대응, 6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안정기시장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정기업체들이 매출 부진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20% 이상 단가를 낮추었으나 일반소비자가는 아직까지 큰 변동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하락이 수요를 부추기지 못하면서 매출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대부분 안정기업체들의 매출은 20% 안팎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P사의 경우 지난해까지 월 1억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 들어 월 1억1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의 매출에 만족하고 있는 형편이다.
안정기업체 또 다른 관계자는 『등기구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유통망도 안정기업체를 옥죄는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업친 데 덥친 격으로 최근 들어 등기구업체들이 잇따른 부도를 내 안정기업체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금호전기의 대리점인 M사를 비롯한 10여개사가 부도를 내 적지 않은 수의 안정기업체들이 피해를 보았다』며 『M사가 상호와 위치만 바꿔 새로 문을 여는 등 등기구업체들이 고의로 부도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안정기업계에서는 6월경이면 대부분의 학교가 개보수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내달부터 다소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 1·4분기부터 건축경기도 살아나고 있어 지표상으로 보면 안정기시장도 조만간 살아나지 않을까 내심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상의 수치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려면 1∼2년 걸리기 때문에 IMF의 여파로 안정기시장의 겨울은 당분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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