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송위원회가 신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최종 발표함에 따라 국내에는 수개월안에 기존에 운영중이던 29개 케이블 채널 외에 15개의 신규 채널이 추가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신규 PP에다 내년부터는 PP등록제가 실시되고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이 가시화되면 국내 방송시장은 시청자 유치를 놓고 과열경쟁을 벌이는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신규 PP 승인과정에서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존 PP들은 현재 운영중인 한개의 채널로 신규 채널들과 맞서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PP들은 신규 PP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기존 PP로 이번 신규 채널 사업에 불참한 업체는 LG홈쇼핑·재능스스로방송·KMTV·의료+ 건강26·리빙TV·한국방송대학교(OUN)·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KTV(국립영상제작소)·불교방송·기독교TV·평화방송 등이다. YTN은 기상·정보과학 채널로 신청했으나 공동 파트너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정부 산하기관의 사업포기로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이들 기존 PP는 새로 시장에 진입한 PP의 일부 프로그램 장르가 자사의 장르와 중복되는 경우도 있어 적지않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방송위원회측이 기존에 공급되고 있는 장르에 대해선 승인대상에서 제외했지만 패션·홈쇼핑·교양 등의 장르를 전체 프로그램의 10∼20%선에서 부편성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EPG채널 신청을 적극 검토하다 막판에 철회한 LG홈쇼핑의 경우 지난해 11월 쇼핑 장르와 중복 소지가 있는 어린이상품정보(대교방송), 경매(동아TV), 패션(SDN·39쇼핑), 요리(m·net), 웨딩(영창건설·콤텍시스템) 등 가장 많은 신규 채널에 이의를 신청한 바 있다.
LG홈쇼핑 관계자는 이의신청이 형식적인 차원에서 최소한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홈쇼핑 채널의 경우 등록제 시행 이후인 내년에도 승인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방송위원회가 홈쇼핑 채널을 추가 승인하게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본적으로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강화하고 고객서비스 강화, 택배시스템 첨단화 등의 대원칙 아래 상품 소싱의 효율성 증대, 적기 고객만족 배송 등을 실현해 종합 쇼핑채널로서의 위상을 확고히할 예정이다.
특히 케이블TV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상품판매 비율을 2005년까지 50대50으로 맞춘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최근 기존 인터넷 쇼핑몰의 브랜드를 「엘지이숍(LGeshop)」으로 개명, 확장 재오픈하는 등 인터넷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약 5개월 가량의 준비기간을 거쳐 개장된 이 쇼핑몰은 주부고객을 타깃으로 LG홈쇼핑에서 방영했던 식품·가정용품 등 10여개 상품군의 총 8000여개 상품과 옥션·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다수 사이트와의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 기존 PP는 비록 중복분야의 프로그램들이 속출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선점효과를 충분히 살리면서 각각의 영역에서 보다 전문화된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신규 PP와 경쟁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 채널운영의 노하우를 살리되 기득권 유지만으로는 수익창출이 어렵다고 판단, 창조적인 콘텐츠 확보작업에 부심하고 있다.
생활교육 장르를 신청한 DIY네트워크가 PP 승인을 받음에 따라 재능스스로방송은 올 하반기부터 유아 및 초등학생 대상 영어교육 프로그램과 주부 대상 인터넷 교육프로그램, 문화강좌 등 30, 40대 주부들을 위한 각종 교양·교육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신설, 보다 전문화된 편성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전 연령층에 흩어져 있는 시청자층 외에 확실한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한편 기존 편성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유아 대상 조기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외국어 전문채널」이라는 새로운 채널이미지 정립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음악 전문채널인 KMTV는 현재 90%선인 가요의 비중을 유지하면서 「국내가요 전문사이트」라는 색깔을 보다 분명히 부각시킬 예정이다. 기존에 가요부문에서 누려온 시장선점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10대에서 20대에 이르는 시청자층을 겨냥한다는 편성원칙도 그대로 고수할 방침이다.
KMTV 관계자는 『음악채널의 성격을 모호하게 만드는 오락프로그램을 신설하기보다 양질의 음악콘텐츠 제공에 보다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브랜드 마케팅과 관련해서는 야외 대형 음악콘서트, 뮤직스타 선발대회, 연말 가요대전 등의 이벤트 사업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KMTV카페」 등 케이블 채널과 연계된 토털 마케팅도 구상중이다.
의료+ 건강26 채널 역시 의학전문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면서 양질의 프로그램 공급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미 이 회사는 이달초 질환별로 세분화된 전문의학 프로그램을 10편 신설하는 등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시청자 상담, 보고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편에 반영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밖에 YTN은 기상·과학 채널을 포기한 뒤 당분간은 기존 채널을 통한 양질의 콘텐츠 제공에 주력하면서 변화된 방송환경을 관망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질의 전문화된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대원칙 아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는 기존 PP들은 지금까지 재정적·경영적 어려움으로 다소 소홀했던 SO 대상 마케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대략 위성방송을 포함해 80∼100여개의 채널이 난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티어링 제도가 활성화되고 각 지역 SO 및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채널 대역폭의 제한으로 인해 모든 채널을 수신할 수는 없는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당분간 한 개의 채널만을 운영할 계획인 기존 PP들은 SO를 대상으로 한 자사 채널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수립했다. 의료+ 건강26 채널 관계자는 『그동안 재정악화로 신경쓰지 못했던 SO 대상 마케팅 영업 강화를 위해 담당 인원을 배치하고 SO들에 보다 원활하게 소스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제일제당·동양제과·SBS 등과 같이 여러개의 채널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MPP에 비해 한 개 채널에 조직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활용, 신규 채널 사업준비 전까지는 기존 채널의 집중 육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MTV 신철식 부장은 『현재 운영중인 음악채널에 집중하면서 향후 위성방송 활성화 등에 대비해 신중하게 신규 채널도 준비할 것』이라며 『틈새시장에 대한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무조건 채널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승인에서 탈락한 PP들도 내년 등록제 시행을 겨냥해 신청했던 채널을 지속적으로 보완, 준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케이블TV 출범 이후 5년간 혹독한 재정난과 콘텐츠 확보의 어려움 등을 겪어온 기존 PP들이 신규 PP의 대거 등장으로 맞이한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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