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적체 문제는 어찌보면 충분히 예고됐던 문제였다.
초고속인터넷에 대한 인프라도 못 갖춘 채 급속히 늘어난 인터넷 붐에 대처해 나가려다 보니 기본적인 인프라부족의 취약점이 그대로 수요자에게 전가된 것이다.
초고속통신 사업자들은 일정 수요의 확보돼야만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인프라 구축에 나설 수 있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그간 서비스 시설확충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수요는 각 사업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서면서 초고속정보통신 정책 자체의 최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이는 자연히 정통부는 정통부대로, 초고속정보통신사업자는 사업자대로 뒤늦게 붐을 이루기 시작한 인프라에 대해 제대로 서비스 못하고 있다는 지탄으로 이어졌다.
초고속정보통신서비스를 통해 세계 최고의 인터넷 활용국가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가입자 급증과 이에 적절히 대처못한 사업자의 모습으로 비쳐지면서 「말뿐인 초고속」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사업자, 케이블 모뎀을 통한 인터넷서비스를 지향하는 사업자들 모두의 숙제가 된 지 오래다. 각 사업자들은 적체문제에 대한 해소시기를 올해 하반기로만 전망할 뿐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예측 못하고 있다.
사실상 올 들어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회선적체 및 관련장비 수급 불안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미 97년 이후 이동전화서비스 시장에서도 서비스망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이와 유사한 경험을 겪은 바 있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정보통신사업의 주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고무적 상황에서 서비스와 인프라구축의 불균형 문제를 보이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에 대응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사업방식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급작스레 집중되는 장비 및 단말기 수요는 결국 외국의 장비 단말기 공급업체의 배만 불리는 상황을 되풀이하게 하고 있다.
공급자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루슨트·쓰리콤·모토로라 등 관련 장비 및 칩 공급업체의 한국지사장들은 이상 징후라 할 정도로 급성장세를 보이는 한국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물량확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기에 뒤늦게 장비개발에 착수한 국내업체는 서비스가 사향길에 접어든 시점에야 장비개발을 마치고 「끝물 시장」에서 다투는 부작용까지 겹치고 있다. 국내업체는 할 수 없이 내수시장이라는 최대의 기반시장에서는 맥을 못쓴 채 뒤늦게 후발국가의 신규시장에서 시장개척을 감내해야 하는 뒷북치기식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
ADSL장비시장과 케이블모뎀 시장을 보자.
ADSL 장비의 경우 알카텔·루슨트테크놀로지스·시스코시스템스 등이 이미 국내시장을 선점했고 ADSL장비용 MPC850 칩세트수요를 공급하는 모토로라는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생산라인을 증설해야 할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처럼 외국 업체들이 국내 장비시장을 주도하다보니 관련장비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국내 사업자들이 이들 외국업체의 아량(?)에 기대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장비 구득난 및 광통신망 구축작업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의 전망대로 연말께면 다소 해소 기미가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시행착오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통부가 향후 ADSL이후 어떤 방식으로 또 다른 가입자 차원의 초고속서비스를 진행하든 그리고 그것이 몇 년후가 되든 지금 겪고 있는 서비스상의 모순과 가입자들의 불만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지금 당장 초고속정보통신 가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향후 초고속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정개되든 정통부와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주는 최대 교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7
우원식 “韓 탄핵소추안은 국무총리 탄핵안”… 의결정족수 151석으로 판단
-
8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9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10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브랜드 뉴스룸
×